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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01. 2020

바이러스 뒤에 숨어있는 봄의 얼굴

3월입니다.


사람들은 온통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코로나 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기온이 오르면 바이러스의 활동도 줄어들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봄의 기다림을 재촉하는 조바심으로 한몫합니다. 그렇게라도 다가올 봄을 기다리면 조금은 덜 불안할 테니까요. 


코로나 19 바이러스만 아니면,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뺨에 닿는 바람이 차지 않음이 말해줍니다. 봄이 바로 옆에 와 있지만 바이러스 공포에, 집안에 꽁꽁 틀어박혀 있느라 봄이 어느 정도 다가와 있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잠시 벗어나 봄을 소환해 봅니다. 


봄은 가만히 눈감고 있으면 느껴지는 것입니다. 뺨에 닿는 바람 한 점을 느껴보면 지금이 봄인지 겨울의 끝자락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정신없는 부산함 속에 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조용히 시나브로 다가오는 것이 봄입니다.

햇살 하나 따사로움에 눈을 찡그리게 되면 그것이 봄이 오는 길목임을 눈치채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도 아직 봄은 햇살 뒤편에 있고 바람 옆에 있습니다. 아침 공기는 서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햇살은 짙은 먹구름과 미세먼지에 가려져 있습니다. 차가움의 강도가 옅어지고 구름의 두께도 분명 가벼워졌을 테지만 그 옅음과 가벼움을 밀어내기에는 봄의 기운이 충만하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달력은 두장을 넘어와 3월에 접어들었습니다. 3월 달력 한 장에는 경칩이 있고 춘분이 있어 봄의 무르익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가올 계절을 미리 알고 있기에 차가움의 느낌이 낮은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계절은 아주 조금씩 몸이 먼저 느끼는 겨드랑이 사이와 귓전에 속삭이는 바람으로 다가올 겁니다.


얼었던 시냇물이 녹아 졸졸졸 흐르는 소리와 그 냇가에 복스럽게 솜털을 내고 있는 버들강아지의 포근함도 있습니다. 이미 자연은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듯합니다. 거역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시간인 것을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주변 곳곳에 흐르는 계절의 시간을 잡아채어 느끼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몫입니다.

모든 것은 같이 변하고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그 변화와 시간을 상대적으로 흐르게 하는 것은 본인의 역량이라는 것입니다.


3월입니다. 코로나 19가 극성을 부리지만 시간의 톱니바퀴는 결을 맞춰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계절이라는 시간을 휘어잡아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깨울 때입니다. 동면하듯 움츠렸던 몸에 기지개를 켜고 겨울의 어둠에 침잠했던 마음을 뒤집어 밝고 상쾌한 봄볕에 드러낼 시간입니다. 그렇게 3월을 맞이해야겠습니다.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이겨내야겠습니다. 개인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해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습니다. 꽃피는 봄을 봄이라 느끼지 못하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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