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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11. 2021

눈에 안 보이는 녀석과 싸우다 보니 숫자와 싸우고 있다

"All is number (모든 것은 數다)"

2,500년 전, 세상 만물에 수학적 규칙이 있음을 발견한 피타고라스의 일성이다.


우리는 오늘 피타고라스가 깨우친 우주만물의 원리로써의 수가 아니라 코로나19 확진자의 숫자를 세는 방편으로 숫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일 코로나 확진자 2,223명을 넘어섰다는 발표로 인하여 불안감이 더욱 엄습한 때문에 숫자는 한층 예민하게 다가온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창궐한 이후 우리 사회는 이 숫자놀음에 예민해져 버렸다. 숫자가 커지면 서민의 목을 죄는 제도가 힘을 발휘했다. 숫자가 작아지면 다소 안도했다가 다시 치솟으면 불안에 떨었다. 숫자 크기의 범위에 따라 사람들의 동선까지 붙들어 맺다. 급기야 먹고사는 문제에 까지 코로나는 깊숙이 들어와, 버티는데 한계점에 다가서 있다.


항상 그렇지만 사건의 초기 진압을 제대로 못하면 뒷수습하기에 정신없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수습조차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 지구적 팬데믹이라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다 보니 정확한 상황 판단을 못하고 방심과 망설임과 책임회피를 하는 사이, 바이러스는 스멀스멀 서민들의 콧구멍과 폐를 잠식해 들어갔다. 그나마 사망률이 높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늘 현재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42% 정도이고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의 비율이 15% 정도밖에 안된다. 집단면역이 가능한 숫자로 올라갈 때까지는 이동을 제한하며 접종에 박차를 가하는 방법이 최선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녀석과 싸움을 하다 보니 결국 숫자와 싸우는 꼴이 됐다.


숫자로 셀 수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아니 모든 행동의 시작이 결국은 숫자다. 이 숫자를 늘리고 줄일 것인지가 행정과 제도의 성과와도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확진자 숫자를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일매일 확진자 숫자의 변화 추이를 들여다보고 지역별로도 몇 명이나 감염되었는지 궁금해한다. 이 숫자가 있어야 지역사회의 병상과 격리시설의 숫자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커지면 커질수록 본질은 딴 데 가 있고 주변을 수습하느라 정신없게 된다. 검사건수를 늘리면 감염자 숫자는 당연히 증가한다. 검사건수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자 발견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면 의미 있는 숫자일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검사건수가 늘면 확인되는 감염자 숫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이미 무증상 감염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검사 건수를 늘려 감염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제는 숫자를 보는 관점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감염자 숫자보다는 위중증 환자로의 전이 숫자와 사망자 숫자의 변화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지만 아무 증상 없이 지나가서 항체가 생기는 경우가 가장 좋은 것 아닌가?  감염자 숫자가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하는 숫자로 그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져 집단면역체계가 되는 시점까지 무증상 감염자가 타인에게 전파시키는 단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 듯하다. 그날이 올 때까지 마스크 착용 잘하고 깨끗이 씻는 개인위생도 철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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