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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03. 2021

"인연은 불현듯 오더이다"

산다는 것은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입니다. 인연(因緣)은 불교에서 결과를 있게 하는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을 말하는 것이지만 결국 관계입니다. 이 관계는 자연을 해석하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일 수 도 있고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일 수 있습니다. 내가 이 시간 접하는 모든 것도 이 관계 속에서 성립합니다. 자연을 설명하는 '만능키'가 '관계'입니다.


우리는 흔히 '인연'이라고 하면 사람 간의 관계, 인연(人緣)을 떠올립니다.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연인과 만남의 관계만을 집중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인과의 인연은 무한대의 관계 중의 한 가지일 뿐입니다. 연인과의 가슴 떨림 때문에 마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뿐입니다. 물론 사랑하게 되는 관계로 까지 발전하는 인연은 대단히 중요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결과에 개입하는 원인으로써의 인연의 범위가 얼마나 크고 대단한 개념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다시 들여다보는 분야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도 당연하여 잊고 있었던 것이 정답이 아닐까 하는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먹고 자고 싸는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평범한 일상에 부사를 하나 붙이는 일입니다. '잘'먹고 '잘'자고 '잘'싸는 일입니다. '잘'먹고 '잘'자고 '잘'싸는 것이 '많이'먹고 '많이'자고 '많이'싸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잘 먹는다는 것은 신체 예산을 잘 조절한다는 것이고 잘 잔다는 것은 브레인에 휴식을 주어 기억을 생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며 잘 싼다는 것은 모든 신체 장기가 원활히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얼마나 중요한지 현대 과학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적 시선의 변화를 등에 업고 수많은 건강식품이 판을 치고 있기도 합니다. 건강식품 선전과 사이비 과학지식이 접목된 상품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쇼닥터들이 등장하는 건강식품 대부분이 별 효능도 없다는 것은 이미 다들 경험하여 알고 있을 겁니다.  건강식품은 말 그대로 식품이라는 겁니다. 먹는 것 중의 하나라는 겁니다. 감언이설에 속으면 안 됩니다. 과학이 들여다보는 것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현상을 분자 세포생물학의 관점으로 학문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뜻입니다. 형체가 없는 '잘'이라는 현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들여다보고 생명이 어떻게 잘 생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한낫 건강식품 먹고 힘 좀 써보자는 차원의 관심 정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자연과학에서 관계의 인연은 이렇게 엄밀합니다. '그럴 것이다'라고 추측했던 현상을 증거와 수식과 분자식으로 증명해냅니다. 그래서 '그럴 것이다'를 '그랬구나'로 드러내 보여줍니다. 과학이 인연을 밝혀내는 신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과학은 생명이 원자의 배열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히고 의식과 정서조차도 원자의 배열일 뿐이라는 사실을 설명합니다. 


사람과의 인연도 중요하지만 지식과의 인연 또한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의 중요도만큼 어떤 지식을 접하는지가 삶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지식의 인연을 쌓아가는 일은 책을 쌓는 일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책을 쌓는 게 아니고 양질의 책을 쌓는 겁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습니다. 지식의 Quality는 그만큼 중요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에 '아는 만큼'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 인연의 수준을 높이고 넓히는 일입니다. 불현듯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는' 무지의 자각은 그래서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새로운 창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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