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Sep 06. 2021

茶로 온도 적응을 위한 예열을 하다

아침저녁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찬 기운이 득세를 보이는 것을 눈치챕니다. 출근길 사람들의 옷차림도 긴팔 옷과 반팔 옷이 절반씩 차지합니다. 그렇다고 아침 기온이 현저히 낮은 것도 아닙니다. 현재 서울시내 온도는 20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활동하기 최적의 온도입니다. 서늘하다고 느끼는 것은 지나온 며칠 상간이 오늘보다 높은 기온이었기 때문에 느껴지는 상대적 차가움입니다.


이렇게 차갑게 느껴지는 기온에 건강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일 겁니다. 급격히 변하는 일교차에 의하여 혈관이 수축되어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높게 나오는 시즌이기에 그렇습니다. 어르신들의 사고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시기가 바로 지금부터 한겨울에 들어서는 때입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추운 한겨울 발병률보다 높습니다. 적응입니다. 온도 변화의 폭이 크면 몸이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기온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게 만드는 것이 옷차림을 따뜻하게 입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전 기온에 적응했던 체온으로 유지해주어야 큰 탈이 안 납니다. 서서히 적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항상성의 유지입니다. 체온의 항상성에 대한 적응은 그만큼 생존과 관련된 엄청난 조건으로 작동합니다. 자연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변화하는 온도에 적응하고자 오늘 아침은 茶를 한통 가지고 출근을 했습니다. 아침 출근하면 늘 찻잎을 따뜻한 물에 넣어 마십니다. 오늘은 과일들을 작게 조각내어 찻잎과 함께 넣은 중국산 허브티를 마셔보기로 합니다. 작은 깡통에 든 차의 이름은 섹시하게도 '하월에 반하다'(Infatuation in Hawall)입니다. 차 뚜껑을 개봉하는 순간 달콤한 과일향이 확 번져옵니다. 따뜻한 물에 넣어도 이 향이 지속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깡통 안에는 작게 썰어놓은 복숭아, 사과 , 파인애플, 국화꽃들이 배합되어 있습니다. 


포트에 물을 끓여 한참을 식힌 후에 거름망이 있는 텀블러에 과일차를 넣고 우려 나길 기다려봅니다. 연 노란 빛깔의 색이 조금씩 텀블러 유리를 물들입니다. 텀블러 뚜껑을 열고 전해오는 향을 맡아봅니다. 향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습니다. 은은히 전해오는 달콤함이 좋습니다. 한 모금 입에 넣어 봅니다. 따뜻함과 함께 약간 시큼한 맛이 혀 밑에 전해집니다. 과일이 섞여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잎새 차든 허브티든 차는 맛과 향이 섞인 풍미가 돋보이는 것이지만 저에게는 맛보다는 향이 우선인 듯합니다.


그렇게 계절의 기온에 적응하기 위한 아침 예열을 마쳤습니다. 깡통에 담긴 과일 과육이 모두 향으로 변하는 날이 되면 서리가 내리고 얼음도 얼었다는 소식이 전해질 테죠. 그때까지 감기 같은 잔병치레 없이 무사히 지나갈 것을 확신합니다.


"어때요? 이 아침 따뜻한 차 한잔 하시지요?"

작가의 이전글 "인연은 불현듯 오더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