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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02. 2021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는순간!

햇빛을 본지가 일주일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기온도 점차 내려와 오늘 아침 온도가 20도 턱밑까지 와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 옷차림도 간간히 긴팔 옷으로 바뀐걸 눈치채실 겁니다. 카디건도 보입니다. 체온의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변화입니다. 아직은 반팔 차림이 대세이지만 곧 긴팔 옷들로 대체될 겁니다.


이렇게 기온의 변화가 급격하게 있을 때 조심해야 합니다. 각별히 체온 유지에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온도 차이가 심하면 신체 장기의 기능이 따라가지 못해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온도 변화에 가장 민감한 편도가 붓기도 하고 코가 맹맹해지는 호흡기 질환들이 많아집니다. 기온이 내려가니 혈관도 수축되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옷은 빨리 입고 늦게 벗으라"라고 했습니다. 문장에 대상이 빠져 있는 듯합니다만, "기온이 낮아지면"이라는 조건문이 앞에 있습니다. 옷은 항상 여벌로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입니다. 여벌의 옷이 있다면 추울 때 덧입으면 되고 더우면 벗으면 됩니다. 그런데 여벌의 옷이 없다면, 더울 때는 상관없지만 추울 때는? 그냥 대책 없이 개 떨듯이 떨어야 합니다.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기온의 변화에 대비하는 삶의 지혜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긴팔 옷으로 완전히 바뀔 때까지 당분간은 백팩에 얇은 카디건이라도 하나 챙겨 넣고 다니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침 온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출근길 전철에서 양복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맨 셀러리맨을 한 명도 못 봤습니다. 환승역을 지나오면서 적어도 수백 명은 지나쳤을 텐데 말입니다. 요즘은 대부분 직장에서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고 더구나 여름철을 지나오면서 시원한 차림의 옷들을 많이 선호해서 그런 듯합니다. T.P.O(Time, Place, Opportunity)에 맞게 옷을 입으면 됩니다. 옷차림만 봐도 직업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옷은 사람을 표현하는 말없는 언어로 작동하기에 그렇습니다.


저도 회사가 복장 자율화를 시행한 지 3년 여가 넘은 터라 오늘은 카라가 있는 다크 민트(dark mint) 색 반팔 상의에 짙은 회색빛 바지 차림으로 백팩을 메고 출근을 했습니다. 환승역에서 전철을 갈아탔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좌석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다행히 빈자리가 생겨 백팩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았습니다. 환승역인 왕십리역에서 시청역까지는 6 정거장밖에 안됩니다. 시간으로는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휴대폰 검색하기도 그렇고 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고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와서 눈을 살짝 떴는데 전철 칸에 사람이 꽉 차 있습니다. 


그런데 옆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재킷과 바지를 같은 색상으로 입었는데, 이런 내가 입고 있는 바지의 재질과 똑같은 것입니다. 옆 사람 옷차림을 확인하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칸으로 가야 되는 건가?" 고민이 확 됩니다. 뭐 잘못한 일이라도 했던 것처럼 안고 있던 백팩을 슬그머니 더 내려서 바지를 가립니다. 저는 그나마 재킷은 사지 않아서 망정이지 오늘 쌍둥이 옷차림을 하고 전철에 앉아 있을 뻔했습니다. 그나마 옆자리에 앉은 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주 보는 앞자리에 앉아서 눈이라도 마주쳤다면 엄청 민망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드레스코드가 있는 파티장이 아님이 천만다행입니다.

지금 입고 있는 회색빛 바지는 막내 녀석 전역하는 날, 부대로 막내 데리러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하남 스타필드에 들러 민간인 옷을 사주면서 막내 녀석과 같은 바지를 하나씩 샀는데 바로 그 여름 바지입니다. 남성용 메스티지 브랜드인 '코모도'인데 브랜드 철수한다고 저가로 세일을 하는 통에 홀려서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옷 재질도 시원하고 스판 기능이 있어 싸게 잘 샀다고 자평하고 있었고 올여름 지나오면서 잘 입었습니다. 그러다 덜컹 오늘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전철에서 본 것입니다. 아니 똑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 다닌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기분은 뭘까요?


사실 소속감이 있는 제복이나 교복을 입을 때를 제외하고는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제 경우만 해도 평생 두 번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몇 년 전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저와 똑같은 상의를 입는 사람을 본 적이 있긴 합니다. 재빨리 화장실로 도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뭐 같은 재질의 바지를 입었다고 누가 알아보거나 비웃지도 않습니다.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꺼림칙하고 같이 앉아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시청역까지는 아직 3 정거장이 남았지만 을지로 3가 역 도착 안내가 나오자 슬그머니 일어나 옆 칸으로 옮겨 갔습니다. 아! 이 뒷골 당기는 기분은 뭐지? 나만 그런가?


https://www.youtube.com/watch?v=tWxK4ZqW4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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