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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05. 2020

차가움에 대한 감성과 과학 사이

차가운 건지 시원한 건지 헷갈리는 아침입니다. 절기상 경칩인데 아침 기온이 영하 4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감상은 봄이지만 실재는 겨울의 끝자락인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영하의 기온이 보여주는 것처럼 차가움이 지배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빨리 떠날 것 같았던 추위가 아직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놈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핑계를 대 봅니다. 코로나가 추위까지도 붙잡고 있다고 말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추울 수밖에 없다"는 역설을 뒤집을 동기를 찾아야 하지만 아직 눈에 뜨이질 않습니다. 그나마 실낱같은 봄기운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매화랑 산수유의 색깔로 볼 수 있습니다. 남녘의 모습입니다. 아직 서울의 봄은 목련나무 끝의 솜털 속에 숨어 있습니다. 서울 어느 한 켠,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담장 밑에 개나리가 무수히 피어있는 아주 특이한 사진도 소셜 커뮤니티에 돌아다니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봄의 기운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효용의 최대 가치에 대한 평균값이 있을 텐데 오늘 아침의 영하 4도에 대한 모두의 기댓값은 어디에 맞춰져 있을까요? 경칩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상의 따뜻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고 춥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시원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 중간값은 확실히 차갑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차가움과 시원함, 따뜻함의 기원은 무엇일까요? 감성을 넘어 과학으로 접근하면 바로 '빛'입니다.

빛.

1초에 30만 km를 달리는 빛은 137억 년 전 빅뱅 이후 38만 년 후 강력과 약력의 힘을 이겨내고 우주로 뻗어나갔습니다. 그래서 빛은 "과거로부터 온 소식"입니다. 지금 우리 지구의 생명의 근원은 빅뱅으로까지 갈 것 없이 바로 태양빛입니다. 태양에너지는 지구까지 오는데 8분 20초가 소요됩니다. 지구가 골디락스에 위치한 덕에 태양에너지를 적절히 받아들입니다. 지구 평균 온도 20여 도. 생명체가 가장 살기에 적당한 온도입니다.


바로 '빛'이 세상 모든 것, 생명의 모든 것을 만든 거나 진배없습니다. 그래서 갈릴레오와 뉴턴,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들이 빛에 뛰어들었고 슈레딩거와 하이젠베르크, 러더포드, 막스 프랑크 같은 20세기 천재들은 양자역학으로 빛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빛과 전자기력이 같은 힘이라는 것도 증명해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휴대폰을 사용하고 인터넷을 사용하고 생명의 기원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구 정도의 크기를 가진 물질의 중력으로는 빛이 13억 분의 1만큼 휘어 보인다는 것을 수식으로 증명해 냅니다.

"13억 분의 1"

인간의 일상과 생각과 실재에 있어서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은 그 크기를 방정식으로 풀어냈고 에딩턴은 별빛이 태양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현상을 사진 촬영으로 증명해 냅니다. 천재들의 빛으로 세상이 이만큼 밝아졌고 살만한 곳이 되었습니다.


우리 같은 범인은 그저 따뜻하면 좋고 차가우면 싫은 정도의 반응을 합니다. 하지만 천재들의 시선은 빛을 들여다보고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각 파장의 에너지를 나눠 놓습니다. 가시광선이 갖고 있는 색이 세상의 색임도 알아챕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바탕의 흰색이, 모니터가 갖고 있는 색이 아니고 모니터에 부딪쳐 반사되는 빛입니다. 형광등 불빛의 모든 파장을 모니터 화면이 전부 반사하기 때문에 희게 보일 뿐입니다.


"세상의 색"은 빛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태양빛이 없다면, 인공의 조명이 없다면 세상에는 색깔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빛이 없다면 색깔이 존재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오로지 어둠만이 지배하는 검은 세상일 테니까요.


앗! 차가움과 시원함의 감성이 빛 에너지로 넘어왔네요.


그래도 근원을 들여다보는 일은 이만큼 흥미로운 일입니다. 과학의 창에 구멍을 내고 보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호기심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창호지 구멍을 점점 더 크게 뚫어봐야겠습니다.


참 그래도 삶은 감성으로 살게 되겠죠? 코로나 19를 벗어나 편안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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