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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01. 2021

우리는 모두 감탄을 안겨주던 존재가 아니더냐!

푸른 별에 등장한 존재중에 사랑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더냐? 태어나는 순간, 부모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친척으로부터 축복받지 않은 생명 어디 있더냐? 우린 모두 사랑받고 축복받으며 이 세상에 온 존재가 아니더냐!


까르르 웃기만 해도, 맘마라고 옹알이만 해도,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뒤집기만 해도, 일어서기만 해도, 한 걸음 걷기만 해도 사람들은 감탄을 질렀다. 그런 존재였다. 세상에 감탄을 주는 존재였다. 얼마나 대단한가 말이다. 그렇게 세상을 환희와 기쁨으로 충만하게 하는 존재였다.


나를 향한 그 감탄의 환호성이 나를 키웠다. 옹알이할 때마다 잘한다 잘한다 부추기는 격려로 인해 더 잘하기 위해 목청을 가다듬어 엄마 아빠를 외쳤고 벽을 붙잡고 일어서기만 해도 박수를 치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감탄을 먹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감탄을 주던 존재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수록 감탄은 사라지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더 이상 뒤집거나 걷는 모습이 사람들의 감탄을 얻지 못했다. 이젠 그 행위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감탄에도 타이밍이 맞아야 했다. 때가 있고 순간이 있다. 옹알이해서 감탄을 줄 타이밍은 생후 1년 이내라는 시간이 맞아야 한다. 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감탄이 아니고 탄식을 하게 한다.


사람들에게 감탄을 주던 존재로 다시 부활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행위,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사람들에게 감탄을 줄 수 있을까 말이다.

감탄의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감탄의 타이밍은 지난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바로 이 순간이 타이밍이다. 감탄의 타이밍은 가장 가까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찾아왔다. 감동과 감탄을 줄 아이템을 찾기만 했을 뿐이다. 옆에 있었음에도 있음을 알지 못했다. 옆에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이 바로 감탄의 순간이고 타이밍이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일이다. 남들이 나에게 감탄을 해줄 것을 바라는 것보다 내가 남들을 보고 감탄해주는 일을 먼저 하는 일이다. 칭찬을 해주고 격려를 해주는 일이다.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포옹하고 어깨를 다독여줄 일이다. 삶의 감탄은 그렇게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우리는 너무 거창한 것에서만 감탄할 일을 찾고 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자. 걸음마를 떼어 놓아도 감탄하던 그 순간을 떠올려보자. 사소한 것에서 감탄했던 일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을 끄집어내 보자. 사소한 듯하고 너무 당연한 듯한 것들에 감탄했던 기억들을 회상해 보자. 가을바람에 구르는 노란 은행잎만 보고도 까르르 웃으며 지나가던 교복 입은 여학생들의 모습과 새끼손가락만한 피라미 걸린 낚싯대가 부르르 휘어지던 손끝의 떨림에 대한 기억들을 소환해보자. 감탄은 과거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현실의 이 순간에 오는 것이지만 감탄의 기억을 되살리면 좀 더 빨리 쉽게 감탄의 순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짙은 가을색으로 채색되어 가는 자연의 깊이에 감탄도 해보자. 이렇게 11월을 시작하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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