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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25. 2022

전쟁은 오락게임이 아니다

죽고 사는 생존의 참혹한 현장이다

오늘 아침 뉴스는 온통,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진입했다는 소식이다. 뒤숭숭하다. 전쟁의 참혹함을 너무나 많이 자주 보아왔기에 착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그저 옆동네 너머 대륙의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전쟁 오락게임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전쟁을 이렇게 옆동네 불구경으로 바라보도록 세뇌된 데에는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이 대대적인 반격을 펼쳤던 걸프전 때 그 전쟁의 현장을 CNN 화면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로 봤던 전력이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번쩍이는 섬광으로 가득한 화면은 축제의 불꽃놀이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내 반면교사로 삼기보다는 광기를 자극하는 충동적 흥분 요소로 작동해 전쟁의 참상을 잊게 했다. 


TV의 전쟁 생중계는, 전쟁을 그저 게임의 하나로 치부하게 만든다. 전쟁 중에는 프로파간다(Propaganda)의 전형이 드러난다. 죽고 사는 문제의 현장인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든 이기고 봐야 하는 게 전쟁이다. 당연히 온갖 권모술수, 거짓, 가짜를 버무려 자기 진영을 유리하게 선전하는 도구로 쓴다. 맞고 틀리고를 따질 겨를이 없다.


히틀러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는 나치 선전 및 미화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괴벨스는 "선전의 비결은 상대가 선전인 것을 전혀 알지 못하도록 해서 선전의 이념에 흠뻑 젖게 하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선전에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목적은 빈틈없이 은폐되어야 한다. 그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상대가 그것이라고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폐되어야 한다"라고 했고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라고 했다. 


괴벨스의 가장 유명한 말이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 할 수 있는 프로파간다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은 그런 것이다. 죽고 사는 문제다. 일단 벌어지면 이긴다 해도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 피해를 알면서도 국경을 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피해보다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킬 때는 반드시 조건이 있다. 상대보다 내가 힘이 세다고 인지할 때다. 무력으로 힘이 약한 놈은 절대 강한 놈에게 덤벼들지 못하는 것이 생태계의 본질이다.


약한 놈이 강한 놈에게 달려들 경우는 오직 한 가지다. 막다른 코너에 몰렸을 때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이 싸우는 것이다. 힘이 약한 사람이 힘이 센 사람에게 덤벼들 때는 기습이라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약한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기를 마음먹을 때 가장 잔인해진다. 싸움의 기술과 무기도 없는데 덤벼들다 보니 앞뒤 가릴 것이 없다. 너 죽고 나 죽고로 달려들어야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기에 잔인해지는 것이다.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된다"는 명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지구 곳곳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알량한 명분은 개나 줘버리면 안 되는 것인가? 최고 권력자의 오만과 독선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세계는 이미 공진화의 사슬로 묶여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온 나라가 엮여 들어간다. 꼭 무기를 들이대고 싸워야 엮인 것이 아니라 에너지, 천연자원 등의 수출입이 그렇고 금융 경제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부적인 전쟁일지라도 나비효과의 파장은 전 세계를 휘감고 있다.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에너지 수입을 다변화하고 있는가? 에너지 비축은 잘 되어 있는가? 우리 수출기업들은 안전한가? 아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당장 우리의 휴전선은 굳건한가? 이미 국가차원의 분석과 대책들을 시뮬레이션하고 대처하고 있겠지만 초봄 살얼음판 걷는 불안한 기분은 왜 스멀스멀 기어올라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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