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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02. 2022

처음 들으면 사실일 거라고 믿는 착각

보이스 피싱에 속는 사례들을 들으면 "저런 거짓말에도 속을까?"의아해지는 경우가 많다. 꼭 보이스피싱만이 아니다. 수많은 거짓과 사기에 자기도 모르게 넘어가 곤혹을 치러본 경험이 있거나 주변 지인 중에도 여럿 있음을 보게 된다. 나도 오래전에 이메일로 개인 이메일 비밀번호 6자리를 알고 있으니 피해보지 않으려면 연락하라는 해외발신 영문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메일을 열어보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로 내가 사용하고 있던 이메일 비밀번호가 그대로 메일 내용에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신을 보낼까 마구 고민하는 중에 불현듯 그 비밀번호 6자리를 바꾼 지 1년도 넘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때서야 안심을 하고 협박 이메일을 무시해버렸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비밀번호지만 어떻게 알았을까 무섭기도 했고 황당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이메일 비밀번호를 가끔 바꾸고 있다.


거짓과 사기는 돈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교묘히 왜곡된 정보를 흘려 판단을 잘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찌라지가 대표적 사례다.


흔히 찌라지라고 하는 정보지는 검증된 언론의 채널을 통한 확인된 정보가 아니고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정보다. 사실이 혼재되어 있어 찌라지에 실린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게 되어 있다. 이 찌라지를 작성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교묘하기 이를 데 없다. 정보의 기본 뼈대 몇 개에 살을 붙여 그럴싸한 형체를 만든다. 형체만 읽은 사람들의 눈에는 진짜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모두 거짓이 아니고 몇 개 뼈대는 사실이니, 그다음부터는 읽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그 정보를 거짓으로 읽는 사람은 거짓으로 보이고 사실이라고 읽는 사람에게는 사실로 읽힌다. 확증편향의 심리가 가장 잘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이 찌라지의 세계다.


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인간 본성의 기본 심리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어쩔 것인가? 보기 싫은 사람 안 보고 싶을 것이고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은 계속 보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확증편향을 이용한 사기와 거짓은 인간 사회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는 술수로 작동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암수를 발휘할 것이다.


우리는 처음 접하는 내용과 정보를 보면 일단 사실일 거라 믿는다. 왜? 내가 모르고 있는 사실인데 누가 이야기해주거나 글로 써진 쪽지를 건네주면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일단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야기를 해주는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잘 아는 주변 사람일 경우일 테니 그 사람이 거짓말이나 사기로 나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돈과 관련된 것도 아니고 연예인들의 불화설이나 정치인들의 불륜 설들은 굳이 사실 확인을 할 필요도 없는 "그저 그런가 보다"하는 정보이므로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따지지도 않는다. 흥미 오락거리로 찌라지 정보가 작동하는데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주변 사람이 그 따위 정보를 나에게 거짓으로 이야기해줄 정도는 아니라는 확신에서 출발한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것이 찌라지의 본질이다. 

정보의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건의 본질을 알아야 정확한 판단과 처방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인한 '무한 검색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에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 진실을 파악해야 하는 혼란이 함께 한다. 어떤 정보가 진실이고 어떤 정보가 가짜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보의 정확성을 따지는 판단력을 본인 스스로 키우는 수밖에 없다. 어떤 것이 진짜인지 조차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사실임을 알 수 있냐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인류사회가 공통적으로 fact로 인정한 정의와 지식을 교과서 위주로 차곡차곡 쌓아 넣는 과정이 필요하다. 분야에 따라서는 최신 이론으로 지식이 교체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학교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 삶의 토대가 되는 벽돌을 쌓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규 교육을 넘어선 그다음부터는 오로지 본인 개인의 노력으로 차근차근 공부를 해야 한다.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는 일은 그만큼 지난한 여정이다. 한 순간 돈오하여 알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위키피디아 같은 집단지성의 표현물이 중요한 팩트체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잘못된 판단을 하는지 이 닌지도 상대적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인류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올바른 상식적 판단을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처음 보고 읽는 내용이 진실인지 사실인지 구분해 낼 수 있으려면 이를 비교 판단해낼 수 있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는 신독(愼獨 : 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감)의 자세를 견지해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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