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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28. 2022

봄의 색은 과하지 않게 곱고 아름답다

아침 바람이 쌀쌀합니다. 오전 7시인데 서울의 기온은 영상 2도밖에 안됩니다. 봄볕에 적응한 꽃들이 이미 봉우리를 열였는데 바람의 시샘은 뒤끝이 있습니다. 쉽게 물러가지 않고 빨리 오게 하지 않겠다는 심사인 듯합니다. 하지만 계절을 늦게 가고 일찍 오게 하는 것은 인간의 심성이 그렇게 작동되고 있어서 더욱 예민하게 기온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봄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에 다가오는 속도가 느린 것처럼 느껴지고 빨리 가야 할 겨울이라는 녀석은 늦게 가서 눈엣가시처럼 바라보게 됩니다. 등 떠밀어 보내야 꽃들도 만발하고 따뜻함도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미 꽃들이 주변에 은근히 많이 피어 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아무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해도 이미 햇빛의 길이와 온도를 감지한 꽃들의 행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뜰에 목련나무와 개나리는 지난 주말을 기해 꽃잎을 열었습니다. 물론 양지 녘에 있는 녀석들부터 입니다. 같은 뜰에 심어진 같은 수종임에도 햇빛을 받는 일조량의 차이에 따라 꽃잎을 여는 시간차를 보게 됩니다. 아파트 건물 그늘이 생명의 시간차를 가져옵니다. 햇살은 생명의 시각이자 원천임을 보게 됩니다.


이 아침, 잠시 쌀쌀하겠지만 태양이 중천을 향해 이동을 하기 시작하면 그 햇살의 힘을 원천으로 하는 온갖 생명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겁니다. 세상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식물의 색깔을 화사하게 덧잎 혀 줍니다. 삭막한 회색의 계절을 벗어나 노랑과 초록과 붉은색과 심지어 흰색의 섞임을 만들어냅니다. 


색은 유혹입니다. 봄 색의 유혹은 화려(華麗) 하지 않고 화사(華奢)합니다. 아름다움이 과하지 않고 곱고 밝습니다. 은은한 끌림의 매력입니다. 화끈하지 않아서 더욱 애타게 하고 보듬어 안고 싶게 합니다. 보일 듯 말듯한 조바심입니다. 길 모퉁이 돌아가면 생강나무 한 그루에 노란색이 걸려 있습니다. 아무런 색의 조화가 없던 자연에 툭하고 노란색이 떨어진 형상입니다. 그래서 노란색이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봄의 색은 이렇게 독창적인 드러냄입니다. 주변에 비교할 대상이 없고 비교될 색깔이 없습니다. 의외의 다가섬이 들뜸의 원천입니다. 예상하지 못했기에 눈에 확 들어오는 강렬한 끌림입니다. 드러냄보다 더욱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봄은 신부의 하얀 웨딩드레스 같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최고의 미를 보여줍니다. 흰색은 자기를 낮추어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입니다. 하얀 목련이 그렇고 옅은 분홍빛이 섞여 있기도 하지만 벚꽃이 그렇고 매화, 이팝나무 꽃, 조팝나무 꽃이 그렇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쌀쌀하지만 구름 한 점 없이 화사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빨리 하고 회사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볼 일입니다. 양지 녘에 올라오는 초록의 잡초에도 눈길을 주어보고 혹시 만날 수 있는 봄꽃들의 향기에 코를 들이대 볼 일입니다. 그렇게 봄의 기운은 내 주변에 충만해 있습니다.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는 사람의 눈에만 봄의 색은 눈에 뜨입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찾아보시지요.




ㅇ 하얀목련, 양희은 (1983년) https://www.youtube.com/watch?v=7220Gk_Q1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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