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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30. 2022

플라스틱이 혈관 속까지 들어왔다

어제 수많은 뉴스 속에 "건강한 성인의 혈액 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인 '국제환경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 내용이 있었다. 다소 충격적인 연구내용의 뉴스다. 미세 플라스틱이 음식물 등을 통해 인간의 몸에 들어간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내용이지만 혈액에서까지 발견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22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약 80%인 17개 표본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음료수병 재질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일회용 용기에 많이 사용되는 폴리스티렌(PS), 포장용 랩에 주로 쓰이는 폴리에틸렌(PE) 등이 발견된 것이다. 이중 PET는 50%의 샘플에서 발견될 만큼 많았다. 다행히 이번 연구에서는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의 재질인 폴리프로필렌(PP)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세 플라스틱이 혈액 속에도 발견되었다는 것은 플라스틱 입자들이 혈액을 타고 몸 곳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인데 아직 이로 인해 우리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임을 연구 주 저자인 딕 베탁(Dick Vethaak) 교수는 말하고 있다. 플라스틱 입자가 몸에 남아 있는지,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 ; BBB)까지 통과해 뇌 속에 까지 가는지, 혹은 이런 혈액 속 플라스틱 수치가 질병을 유발할 만큼 높은지 등은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 적혈구 외막에 달라붙어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을 제한하고 임산부 태반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겨우,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과소비에 대해서만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무심코 버린 마스크가 날개에 걸려 제대로 날지 못하는 갈매기 사진을 보고 "이건 아닌데 정도"라던가, 해변가에 밀려드는 플라스틱 폐기물들을 보면서 "제대로 분리수거 좀 하지" 정도의 신경 씀이 발동되는 정도다. 해류를 타고 태평양 한가운데로 모여든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 크기가 한반도의 16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플라스틱에 대한 심각성을 조금 더 인지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이 지금 우리 혈액 속을 돌아다니고 있다. 입으로 들어가서 항문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혈액 속을 순환하고 있다. 과연 인체는 혈액 속으로 들어온 이 미세 플라스틱을 어떻게 인지하고 반응할 것인가? 인체와 조화를 이뤄 상생할 것인가? 무언가 문제를 일으킬 것인가?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이 혈액 속에 들어왔으니 긍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금방 인지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일상에서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관계로 플라스틱을 무심코 사용한다. 지금 당장 책상 위에 있는 물티슈를 비롯하여 일회용 티백 여과 필터, 지금 입에 쓰고 있는 마스크, 일회용 종이컵 등등, 심지어 집으로 배달해서 먹는 음식이 담겨오는 용기는 100% 플라스틱 용기다.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마신다.


물티슈는 사람들이 보통 종이로 알고 있다. 제품 이름이 주는 대표적 착각이다. 물티슈는 폴리플로필렌, 폴리에스테르와 레이온 부직포가 합쳐진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찢어지지도 않는다. 화장실 변기에 버리면 변기가 막히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이유다. 또한 물티슈 봉투에 들어있는 한, 마르지도 않고 항상 촉촉하다. 아마 젖어있는 종이였다면 하루가 지나 흐물흐물해졌거나 며칠 지나면 곰팡이가 활짝 피었을 거다. 물티슈가 플라스틱 재질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그저 편하니까 손을 닦고 그릇을 닦고 얼굴을 닦는다. 등산 가면 이 물티슈가 얼마나 편리한가. 김밥과 반찬이 들었던 그릇 설거지 할 때 물티슈로 쓱쓱 닦지 않는가? 김밥 다 먹고 입도 물티슈로 닦는다.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입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 커피 대신 일회용 티백에 든 차를 마시는 사람도 많을 텐데 티백 여과지 대부분이 플라스틱 재질이다. 최근에는 PLA 생분해 필터 티백으로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 티백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티백으로 된 차를 마실 때는 여과지 성분을 확인할 일이다.


코로나 19로 매일 착용하는 마스크의 재질은 또 어떤가?  마스크도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 부직포다. 폴리프로필렌을 고온으로 녹인후에 고압의 바람을 불어서 솜사탕처럼 뽑아내면 섬유 형태가 되는데, 이것이 마스크 부직포다. 플리프로필렌은 환경 호르몬 노출 걱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역시 플라스틱이다.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하는 부직포로 멜트브라운이라는 특별 부직포를 쓰는데 폴리프로필렌을 섬유로 만드는 과정에서 뽑아내는 섬유조직을 여러 겹으로 겹쳐지게 세밀한 배열을 함으로써 작은 미세먼지도 걸러지게 만든 것이다.


매일 자판기 커피를 마시거나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하면 영락없이 사용하게 되는 일회용 종이컵의 경우도 종이에 물이나 음료가 배이지 않도록 폴리에틸렌(PE) 코팅이 되어 있다. PE의 내열성은 70-98도 정도다. 끓는 물을 종이컵에 부어 커피를 마시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고 녹아있는 폴리에틸렌을 함께 마시는 것과 같다. 비교적 내열성이 110도 정도로 높고 안전하다는 폴리프로필렌(PP)으로 라미네이팅한 종이컵도 있지만 일반인은 구별하지 못한다.


이제는 의식적으로라도 플라스틱 제품 사용은 줄여야 한다. 이미 사무실에서 머그잔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고 잎차를 마시고 있지만 매일 컵 씻기가 귀찮아서 몰래몰래 1회용 컵을 사용했음을 반성한다. 꼭 거창하게 환경을 위한다기보다는 내 몸부터 먼저 지켜내야 하기에 더욱 절실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혈관 속에 플라스틱이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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