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Apr 07. 2022

맞지 않는 옷, 맞지 않는 신발의 차이

맞지 않는 신발은 불편함을 넘어, 발을 멍들게 하고 상처 나게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은 불편하게 할 뿐 몸에 상처를 주지는 않는다. 똑같이 몸에 걸치는(wear) 것임에도 어떤 것은 상처가 되고 어떤 것은 불편이 된다. 불편한 옷은 줄이거나 늘일 수 있다. 불편 함조 차 조절을 하여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신발은 늘릴 수 도, 줄일 수 도 없다. 처음부터 발에 맞는 신발이어야 한다. 옷이던 신발이던 작으면 문제 되지 않는다. 작으면 아예 입을 수도 신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입거나 신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면서부터가 문제다. 특히 신발이 그렇다.


이번 주에는 양복을 입고 출근할 일이 생겨 정장을 챙겨 입었다. 옷이 바뀌면 액세서리도 달라진다. 출근길 거울 앞에서 흰색 셔츠 단추를 채우며 "예전에는 어떻게 이렇게 번거롭게 옷을 입고 다녔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넥타이를 찾아 매려고 하다가 목이 갑갑한듯하여 넥타이는 그냥 브리프케이스에 넣는다. 넥타이는 출근하여 매게 될 상황이 되면 그때 가서 매기로 하고 셔츠차림의 비즈니스 정장의 옷매무새를 했다. 옷에 맞게 신발을 신어야 하기에 구두를 신는다. 군청색 양복이라 검은색 구두를 찾아 신는다. 그런데 구두가 이렇게 불편했던가를 처음 알았다. 직장생활 30년 넘게 구두만 신고 다녔음에도 그동안 불편한 줄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번 주 들어 신고 다닌 구두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너무 오랫동안 신지 않아서 구두가 딱딱해져서 그런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다.


몇 년 전부터 회사가 복장 자율화를 시행한 이래, 정장에 구두 차림을 거의 하지 않았던데 이유가 있기도 했다. 딱딱하지 않은 편안한 로퍼 스니커즈 위주로 신고 다니다 보니 발이 적응을 한 모양이다. 구두는 바닥이 딱딱하여 오랜만에 신으니 불편함이 바로 전해졌다. 예전엔 구두를 어떻게 신고 다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구두가 불편하다고 싸구려 구두는 아니다. 나름 검은색 정장 구두는 브루노말리 제품으로 두 켤레를 번갈아 신고 갈색 구두는 텐디 제품이다. 

구두는 기능성보다 모양을 더 따져 사는 경향이 있다. 구두의 특성상 발까지 편하게 해주는 기능을 장착하고 모양까지 멋을 살린 제품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둘 중의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구두는 대부분 어르신들을 위한 것이 많아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구두는 딱딱한 가죽에 광을 내고 모양을 만든 것이라 처음 신게 되면 발뒤꿈치가 까져 상처가 나는 경우가 많다. 발에 신발이 적응하던, 신발이 발에 적응하는 과정이던 반드시 적응시간을 가져야 한다. 일회용 반창고를 발뒤꿈치에 며칠 붙이고 다닌 다음에야 어느 정도 걸음걸이도 편해진다.


그래서 신발은 중요하다. 발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신체 피로에 까지 영향을 주는 중요한 도구다. 신발은 자기 발에 맞는 것을 잘 골라야 한다. 신발 메이커마다 조금씩 길이나 볼의 차이가 있기에 반드시 매장을 돌며 신어봐야 한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실망할 확률이 가장 큰 것이 신발 구매가 아닌가 한다.


요즘 신발은 신는 목적에 따라 수많은 종류가 있다. 운동 종목에 맞는 신발 형태의 다양성은 운동 종목만큼이나 많다. 운동 특성에 따라 신발 기능을 맞춘 것이다. 예전에는 덜렁 운동화 하나로 사계절을 신고 다녔다. 닳아서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신발을 새로 샀다. 신발의 편안함이나 디자인을 고려하는 것은 사치였던 시절도 있었다. 그저 고무신에 나이키나 프로스펙스 모양을 그리고 신고 다니던 패기가 돋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젊었으니까 가능했던 용기였다. 불편함과 상처를 젊음으로 받아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추억이다. 시절이 변함에 따라 신발도 변했다. 자기 발에 꼭 맞아 하루 종일 신고 다녀도 신었는지 안 신었는지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 만큼 기능 및 편안함이 좋아졌다. 오래 걸어도 양말이 뽀송뽀송할 정도로 신발의 통풍 기능도 훌륭하다. 신발은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걸 신는 게 정답이다. 발이 편해야 삶도 편해지는 게 맞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이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