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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11. 2022

사람을 의심하면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세상 일을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직장에서도 마치 자기가 없으면 회사가 망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휴가도 겨우 여름휴가 며칠 사용하고 주말도 없이 출근한다. 오너라면 그나마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과유불급. 과하면 모자라니만 못하다. 오너십이 회사를 존립케 하는 기반이 될 수 있지만 회사 기둥의 하나일 뿐이다. 회사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기업은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회사의 존폐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자기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은 착각이다.


시스템은 조화다. 개개인이 모여 하모니를 이루어 결과물을 창출해내는 과정의 연속이다. 하모니를 이루려면 어느 한 분야, 어느 한 명이 튀어서는 안 된다. 오케스트라와 같다. 기업은 장엄한 교향곡을 끝까지 연주해내는 과정이다. 그렇다고 그 속에 묻혀 가고자 하는 고약한 심보를 가진 사람도 간혹 있다. 이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오케스트라는 어느 한 파트의 힘이 약해지면 그 또한 곡 해석에 지장을 준다. 어느 한 파트 한 파트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고 세상 모든 일이 똑같다. 어느 한 사람, 한 부서, 한 파트,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심지어 운동도 마찬가지다. 골프만 해도 18홀 도는 내내 어느 샷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누구는 그래도 드라이버샷이 중요하다고 한다. 처음 샷을 잘 쳐놔야 세컨드샷도 잘 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드라이버샷만 잘 치면 뭐하나 세컨드샷 뒤땅 치고 쌩크 나고 그린 올라가 쓰리 퍼트 하면? 매 샷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으로 임해야 겨우 백돌이 면하는 것이 골프다. 그래서 골프를 인생살이에 비교하는 수많은 일화들을 만들어낸다. "드라이버샷은 쇼, 퍼팅은 돈이다"라는 명언도 있다.


기업이든 사회든,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것이기에 결국 사람으로 인해 모든 것이 일어나고 해결되고 문제가 된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모든 일의 출발점이다. 사회생활의 대부분은 사람과의 관계를 만드는데 소진된다. 인맥을 넓히고 모임에 가입하고 거래처를 확장하는 일 모두가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해가는 일이다. 관계의 돈독함이 친구사이에서는 우정이 되고 거래처 하고는 사업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관계의 돈독함이 신뢰다.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봄이 오면 꽃이 핀다는 믿음이 자연에 대한 신뢰이듯이 사람에게도 반드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을 갖기까지는 쉽지 않은 경험과 세월이 지나야 한다. 지켜보고 행동 패턴을 살펴본 후에야 믿을 수 있는지 결정할 수 있다. 친해진다는 것은 그렇게 믿음을 보여주는 행위다.


명심보감 성심 편에 의인막용 용인물의(疑人莫用 用人勿疑 ; 사람을 의심하면 쓰지 말고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라는 문구가 있다. 핵심은 의심이다. 믿지 못하거나 확실히 알 수 없어서 의아해하게 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용인(用人)하고자 사람 입장에서도 의심은 문제의 화두이지만 채용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확신과 신뢰를 주지 못했기에 의심을 갖게 한 것이다. 결국 사람 관계의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표현도 있지만 신뢰는 배신과 변절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참으로 어렵고 묘하다. 이럴 거 같으면서도 저렇다. 아닌 것 같으면서도 맞고,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아니다. 그러기에 관계는 항상 상대성이다.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과정은 그래서 어렵다. 어릴 때 친구가 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삶을 공유해왔기에 어떨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오랜 친구가 편한 거다. 봄꽃 향기 물씬한데 꽃그늘에 앉아 붉은 와인 한잔 앞에 놓고 이야기할 친구에게 전화라도 한 번 해서 오랜만에 만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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