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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18. 2022

경력이 많다고 능력도 많은 것은 아니다

경력이 많으면 능력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착각이고 오해다. 경력과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물론 한 분야에서 오래 하면 능력도 좋아지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다. 하지만 경력과 능력이 비례 관계에 있는 분야는 학문이나 기술과 관련된 분야에 한정된다. 섬세한 기술이 필요할수록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 특출한 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많이 해보면 해볼수록 정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 횟수가 많아지면 정교해지는데 이는 시간과의 관계가 상관관계일 뿐이다. 반복은 오래 하는 것과 많이 하는 것과 다르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반복하면 기능과 능력을 단시간 내에 장착할 수도 있다. 스포츠, 예술 분야의 경우 반복 횟수는 곧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스포츠 분야의 경우는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능력도 좋아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스포츠의 경우는 일정 능력의 초고치를 찍으면 서서히 신체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스포츠 스타들은 전성기라는 최고의 능력 발휘기를 지나면 대부분 은퇴라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스포츠 분야뿐만이 아니라, 경력이 많다고 해서 능력도 완벽하게 갖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래됐으면 잘할 것이다"라는 경험치에 대한 신뢰가 능력을 포장해버리는 장막 역할을 해버린다. 오래된 사람은 그저 오래됐을 뿐이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경력이 많다는 것은 경험이 많다는 거다. 경험이 많다는 것은 대부분 일어날 수 있는 확률적 사건을 치러봤고 많은 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렇게 여러 상황을 경험하고 나면 맞닥트리고 있는 현 상황이나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데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고, 좀 더 객관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질 수 있다. 경력이 오래됐다는 장점은 이것으로도 충분한 당위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경력자의 이런 당위성이 능력을 수반하지 않음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경력자가 전문가의 반열까지 못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렇다. 경력자와 전문가는 완전히 다르다. 경력자는 전문가로 탈피하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경력자로 머무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주장들이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때는 먹혔을지 모르지만 현재와 미래에는 적용할 수 없는 구닥다리 경험치일 경우가 많다. 상황이 바뀌었고 옛날 방식은 맞지 않는 옷이 되어버린 지 오래되었음에도 구태를 못 벗어던진다. 그렇게 경험해 왔고 봐 왔기에 그것이 진리일 거라 믿고 있을 뿐이다. 경력자의 착각에서 빠져나오기는 그만큼 어렵다.


그래서 경력자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트렌드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한치의 소홀함이 있으면 여지없이 능력의 기울기를 끌어내린다.  오래되었다는 경력은 낡고 녹슨 훈장일 뿐이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 떨어지는 능력을 감추기 위해서 "너 나이가 몇이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얻다 대고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게!"라고 나이를 들이댄다. 한창 말싸움하다가 말꼬리 잡기의 결정판이 바로 이 나이 싸움으로 가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자명하다. 경력자가 꼰대에 머물지 않고 자기가 속한 조직에 일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이 트렌드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장착해야 한다. 과거 경력의 매몰된 아집과 고집으로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변하는 세상에서는 주춤거리면 안 된다. 빨리 기류를 타고 같이 흘러가야 한다. 그 과정 속에 경력의 경륜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황을 잘 버무리고 판단할 수 있는 경력자가 능력까지 겸비하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능력은 쌓는 사람에게만 축적되는 벽돌 한 장 한 장 같은 성이다.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장착한 경력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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