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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26. 2022

본질을 놓치면 현상 수습에 급급한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대형 사건 사고를 지켜보면서 계속 들었던 의문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일을 제외하고 인간과 사회와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일어나지 않을 수 도 있는 일인데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엔트로피의 법칙을 들이대며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항변할 수 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가깝게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전쟁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 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무기를 들고 쳐들어가 파괴를 하고 살육을 하고 또한 이를 방어하기 위해 희생을 한다.


내가 관심 갖고 천착하고 있는 것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고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사건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상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한 일이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 원인을 공유하고 타협을 하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근본 원인은 들여다보지 않고 사건 이후에 나타난 현상만을 가지고 상호 비난하는 스파이럴 효과만이 횡횡한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원인은 아예 사라지고 매일매일의 현상만이 눈에 들어온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대비해보자. 러시아를 옹호하거나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고 전쟁의 포화에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하루빨리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전쟁 발발이 있기 전까지 타협을 할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고 서로 양보해서 화해를 할 수 도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정보를 취합하지 못하고 넘겨짚고 있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다. 다층적이고 복잡하여 타협하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해 감정의 골이 깊어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기에 전쟁이라는 현상으로 드러났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가기까지 좀 더 고민하고 양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세계 1,2차 대전이라는 끔찍한 과거를 지나오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은 세상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기본 생각일 텐데 그런 와중에도 국지전들이 발발하여 희생이 자행되는 현상은 인간의 잔인함으로 해석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3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매일 전쟁의 참혹함에 부서진 건물과 사상자에 대한 소식들만이 들려오고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피난민들의 모습을 보게 되어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보지 않고 경험하지 않았을 현상을 매일 보고 있는 것이다. 본질은 사라지고 현상만이 감정을 자극한다.


대부분 대형 사건 사고들의 전개 과정을 관조해보면 비슷하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광우병 사태 시위만 해도 선전 선동에 휩쓸린 전형적인 사례다.  많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광화문 시위에 나섰다. 우리 아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수입산 소고기를 먹일 수 없다는 순진하고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사회의 저변에 깔린 느낌이 시위로 표면화된 현상이다. 이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세력들이 흔히 써먹는 시위 전략이기도 하다. 


사회가 확장 분화되고 다양화되면서 한쪽에서 맞는 논리가 다른 쪽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임에도 서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다양한 주장과 느낌을 만나고 경험해야 한다. 부분집합을 다층적으로 융합해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나는 맞는데 상대방이 틀렸다는 독불장군식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는 근본을 들여다보는 심미안도 가져야 한다. 원인을 찾고 분석하고 타협하고 협의를 하면 분명 무력이 동원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벌어진 사건을 수습하느라 전전긍긍하고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반면교사로 여러 상황을 보고 접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임이 안타까울 뿐이다. 엔트로피를 다시 들이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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