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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21. 2020

도시에서 눈 보기, 녹색의 남극을 보는 일이 되다

서울시내에서 눈 내리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이제 기적의 현장이 되어 버린 걸까요? 그나마 어제 아침에 펄펄 내려, 온 동네를 하얗게 덮더니 점심때가 되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올 겨울 들어 눈 내리는 풍광의 기억은 두세 차례 되려나요? 그나마 펄펄 내리는 눈은 언감생심입니다. 뭐 도심에 살면서 잠시 눈 내리는 광경에 잠시 감상에 젖는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

펑펑 쌓이면 도로에 차 다니기도 조심스럽고 걷기에도 힘들고 하니까요? 편리가 감성을 대신한 지 참 오래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꼰대가 되었다는 증거일까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절기상으로 24절기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대한(大寒)입니다. '큰 추위'라는 뜻의 절기이지만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처럼 소한보다는 덜 춥다고 합니다. 벌써 큰 추위는 지나갔다고 해도 될까요? 올해 들어서 춥다고 느낀 날들이 많지 않아서 실감 나지 않는 속담으로만 존재하는 듯합니다. 추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지구 상에서 가장 추운 곳은 어디일까요? 북극? 남극? 그중에 어디일까요?


지구 상에서 측정된 가장 낮은 온도는 2010년 8월에 영하 94.7도를 기록했던 남극 동부지역이었답니다. 일본 남극기지 돔 후지가 있는 산의 3,779미터 지점으로 위성을 통해 측정된 최저 기온의 기록입니다. 공기 중의 수분까지도 모두 얼려 버리는 이 극단적인 추위는 얼어붙은 대지 위에 쉴 새 없이 부는 강풍이 온도를 낮추는 상승작용을 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 중에 가장 추운 곳은 러시아 시베리아에 있는 오미야콘으로 1926년에 영하 71.6도를 기록한 적이 있답니다.


그러나 이런 혹독한 남극대륙에 은행나무와 파충류, 공룡들이 살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하지만 사실입니다. 대륙을 형성하는 육괴는 공룡이 살던 중생대 시대에는 곤드와나라는 초대륙의 일부분으로 적도 근방에 있었고 이 대륙에는 종자 고사리, 은행나무, 소철이 뒤덮고 있었습니다. 이 식생을 먹는 초식성 파충류와 공룡이 번성했고요. 이 대륙이 8천만 년 전 곤드와나에서 분리되기 시작해 남쪽으로 이동해 마침내 오늘날 남극대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륙이 이동하는 동안 남극대륙의 동물상과 식물상이 급격히 바뀌어 소철과 소사리가 사라지고 낙엽수림이 들어섭니다. 남극대륙에는 현재 멸종한 유대류 파충류 조류가 살고 있었는데 펭귄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6천5백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넘어오면서 온실기체가 감소해 남극대륙의 온도도 함께 떨어집니다. 약 3,500만 년 전에는 남극대륙의 강 표면과 내륙 호수가 겨울에 얼기 시작했고 1,500년 전에는 마침내 겨울에 얼었던 얼음이 여름에도 녹지 않게 됩니다. 강과 호수는 단단히 얼어 있는 상층부 아래에 갇히게 되고 점점 거대한 빙상이 확대되어 대륙 전체를 눈과 얼음으로 뒤덮게 됩니다. 그 사이 모든 육상 포유류와 파충류, 양서류가 멸절하고 얼어있는 얼음의 대륙이 된 것입니다.


이런! 눈과 추위를 이야기하다가 대륙 이동설까지 왔네요. 너무 딱딱한 내용이라 재미없을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그래도 알고 나면 재미있지 않나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눈과 추위도 알고 보면 재미로 다가옵니다. 재미로 접근하면 재미없는 것도 재미있게 보이고 들리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추위도 잊게 되고 눈은 추억으로 다가옵니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게 아니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하는 해답이 바로 궁금증을 갖는 것이고 궁금증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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