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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11. 2022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이유

살다 보면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일들이 있다. 지나고 나면 "내가 미쳤지. 저 정도 일에 죽자살자 덤볐단 말이야"라고 후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걸만큼 중요했기에 물불 안 가리고 어떻게든 그 사소한 것을 이루거나 소유하고자 했을 것이다.


사소한 것은 사소한 것이 아닐 수 도 있다는 소리다. 


세상 살면서 어디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있을쏘냐만은 결국 사소한 것이 쌓여서 중요함의 경계로 다가서게 되고 그 경계를 넘는 순간 사소함은 더 이상 사소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작은 사소함 하나하나가 중요함으로 바뀌는 전환의 순간을 잘 잡아내야 하는 이유다.


사소(些少)하다는 것은 "적거나 작아서 보잘것없거나 중요하지 않음"을 뜻한다. 하지만 세상에 사소한 것이 어디 있는가? 존재의 의미가 없는 사물이나 형태가 어디 있는가 말이다.


사소하다는 것은 비교에서 나온다. 이것과 저것을 비교해보니 이것이 저것보다 못하다는 평가에서 나오는 절하의 의미다. 비교는 관계의 미학이다. 차이를 만들어 내고 그 차이를 격으로, 품질과 품격으로, 단계를 구성한다. 높낮이를 만들고 좋다 나쁘다의 심성을 불러일으킨다. 그 가운데 뒤쳐지는 상태를 사소하다고 평가절하하게 된다.


사소한 것은 무시되기 십상이다. 사소한 것은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이 사소한 일 때문에 세상사는 뒤틀어지고 감정과 오해의 골을 깊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경우를 너무도 자주 보고 너무도 쉽게 만나게 된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는 이 사소함의 경계와 범위가 애매하고 제각각이기에 불화의 발화점으로 작동한다. 사소함의 범위는 각자가 다른 울타리를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좋고 나쁘고 잘하고 못하고 못생기고 잘 생기고의 차원이 아니라 각자 마음속 포용의 경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사소 할지 몰라도 누구에게는 소중한 가치일 수 있다. 누구에게는 하찮은 물건일 수 도 , 버릴 수 있는 신념일 수 도 있지만 누구에게는 삶의 원동력이었고 추억의 소중한 책갈피일 수 있다. 내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쉽게 드러내면 안 되는 이유다. 그것이 물건이 되었든 생각이 되었든 말이다.

제주 전이수갤러리 전시 그림 '바쁘다 바뻐'

특히나 마음의 상처는 사소한 일에서 발호한다. 아무것도 아닌 듯 내뱉은 말 한마디가 화살이 되어 가슴에 꽂히기도 한다. 말하고 행동한 사람은 그 상처를 이해할 수 없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말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말과 행동을 받고 들은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할 충격의 순간이 될 수 도 있다. 그래서 사람 관계는 참 어렵고 힘들다.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 하나로 관계가 끊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사소한 것들을 신경 쓰면 관계를 더 좋게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편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아침마다 문자메시지로 인사하며 안부를 묻는 것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 사소함은 "항상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감정의 표시"다. 사소함이 고마움으로 발전하고 관심으로 이어진다.


사소함은 디테일이다. 디테일에 강하면 사람을 얻을 수 있고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작다고 무시할 것이 아니고 소중히 간직하고 전하면 티끌이 태산이 되고 맑고 밝은 하늘이 된다. 지금은 회색빛 하늘이 지배하는 아침이지만 그 회색빛에 바늘구멍 하나 내고 창살 같은 햇살을 끌어올 수 있는 디테일이 있다면 저 습한 공기를 바짝 말릴 수 도 있을 것이다. 그 바늘 구멍으로 구름들을 끌어내려 시원하게 빗줄기로 만들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소함의 디테일은 상황을 만들어가기 나름임을 시작하는 단초가 된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지켜내고 이겨내는 과정'이다. 사소함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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