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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01. 2020

꽃, 식물 그리고 4월

이젠 누가 뭐래도 봄입니다. 4월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춘래불사춘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자연은 원래 그 궤도를 따라 시간의 방향성을 향해 갈 뿐입니다. 다가온 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시선과 관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고야 말 것은 오는 것이 자연이고 봄입니다.


4월을 시작하는 하늘은 온통 잿빛입니다. 햇살 하나 뚫고 지나올 수 없을 정도로 회색빛을 뿌려놓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회색이지만 대지는 초록입니다. 이 아침 차가운 공기의 흐름조차 명쾌함으로 다가옵니다. 이 맑음에 채색을 더하는  꽃들의 기세가 가슴 뛰게 합니다. 아파트 뜰의 하얀 목련도 꽃잎을 활짝 열었고, 담벼락 곁의 노란 개나리도 회색빛 시멘트 공간의 색깔 속에 눈에 확 드러납니다. 아직은 양지바른 곳에 있는 꽃들이 먼저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만 이제 곳 응달에 까지 햇살 비추는 시간이 늘어나면 색의 향연이 배가될 것입니다. 아파트 그늘에서 자리던 라일락은 초록의 잎부터 내밀고 있습니다. 라일락 꽃향기 은은히 퍼지면 아카시아꽃들의 향기도 산 능선을 타고 내려올 준비를 할 겁니다. 

꽃들은 항상 과하지 않게 시나브로 찾아옵니다. 꽃을 피운다고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피는 것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모두들 잠든 밤이나 이른 새벽에 아주 조용히 움직이며 아침을 준비합니다. 잠에서 깬 벌과 나비가 새벽이슬에 젖은 날개를 햇살에 말리고 나면 바로 날아올 수 있수록 꽃술을 열어 맞이합니다. 현화식물이 지닌 진화의 모습입니다.


색색깔로 치장하는 것은 곤충이 더 쉽게 꽃을 찾아오게 함입니다.  식물 중에서 제일 진화한 것은 초원을 덮고 있는 1년생 풀입니다. 아람 드리 나무가 제일 진화한 것 같지만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풀들은 7천5백만 년 전 신생대로의 전환기를 바꾼 대 운석의 충돌로 불바다가 된 대지위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바로 땅속뿌리 쪽에 생명의 기원을 저장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입니다. 한여름까지 들불처럼 초록을 퍼트리다가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면 에너지를 뿌리 쪽으로 내려보내고 풀잎들은 갈색을 세상에 남겨두고 겨울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동물이 죽음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듯이, 풀들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듯 하지만 생명의 온기는 땅 속에 숨겨두는 유전자를 전해왔던 것입니다. 대단한 생명력입니다.

그 덕분에 벼와 수수, 옥수수 등 인간이 재배를 통해 에너지를 전달받는 매개체로 진화했습니다. 그 식물의 진화를 통해 축적하는 에너지를 인간은 다만 이용해온 것뿐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식물을 지배하고 있는 걸까요? 들여다보면 식물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 씨앗을 뿌려 자라게 하고 여름 한철까지 잘 보호해주고 가을이면 추수를 해서 겨우내 곳간에 잘 보관까지 해줍니다. 인간이 식물을 재배하고 다스린다고 생각하지만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식물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죠. 똑똑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식물이었던 것입니다. 아직 지구는 30억 년 전 바닷속 시아노박테리아가 육지로 올라온 이래 식물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팍스 시아노 시대라는 것입니다. 인간을 이용하는 똑똑한 식물들을 보며 경이의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저 똑똑한 꽃들이 펼치는 봄날의 화사함을 보며 감탄할 뿐입니다. 세상은 바라볼수록 경탄할 것들로 가득합니다. 봄꽃들의 만개처럼 말입니다. 4월의 첫날은 이렇게 만개한 봄꽃들의 화사함 속에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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