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도 너무 오니 서울 곳곳이 물에 잠겼습니다. 아침 출근길 통제되는 도로도 많아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전철로 움직이는지라 출퇴근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사무실 직원이 파주에서 서소문까지 자동차로 출근하는데 2시간 걸려 도착하고 지친 표정이 역력합니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정체되어 있는 관계로 오늘도 비 내림이 만만치 않을 듯한데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듯합니다. 혹시나 주변을 한번 더 살펴 위험요소는 없는지 점검하시고 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어제 내린 비는 서울 하루 강수량 관측 사상 최고인 380mm였답니다. 이는 1920년 8월 2일 하루 강수량 354.7mm를 102년 만에 갈아치운 것입니다. 국지적 호우는 같은 서울이라도 강북과 강남에 엄청난 차이를 보였네요. 강북에서의 비 피해 소식은 몇몇 도로가 잠겼다는 뉴스 외에는 크게 없는데 강남은 서초구, 강남구 등을 중심으로 시간당 90mm가 넘는 폭우가 집중되어 온통 난리가 났습니다.
집중호우가 발생하여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겼던 전례는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근래 10여 년 가까이는 집중호우로 도로가 잠시 잠기는 일은 있었지만 그렇게 큰 피해는 없었는데 2010년과 2011년에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연이어 잠겼던 적이 있습니다. 2010년 9월에는 강남역을 비롯하여 광화문광장도 침수되는 집중호우 사태였는데 당시 하루 최고 강우량이 최고 200mm 정도였답니다. 어제 서울에 내렸던 비의 양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수준에도 도로가 침수되었던 것이죠. 2011년 7월 27일에도 하루 301.5mm의 비가 내려 강남역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었고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사건도 이날 일어났습니다. 국내 최대 부촌의 상징인 강남을 휩쓸고 가서 '강남의 물의 흑역사'를 남겼던 해였습니다.
1990년 풍납동 일대 수해 당시 사진
사실 한강의 수해하면 뼈아픈 상흔의 기억들이 서울시내 곳곳에 속속들이 박혀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1984년 9월 망원동 물난리 사태입니다. 홍제천과 한강이 만나는 망원동은 상습 침수지역이긴 했지만 집중호우로 유수지 제방이 무너지면서 망원, 서교, 성산, 합정동 일대를 덮치며 일대를 모두 침수시키는 대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987년 7월과 1990년 9월에는 강동구 풍납동, 성내동 지역이 집중호우로 침수되어 주택가 전체가 물에 잠기는 통에 주민들이 합판으로 뗏목을 만들어 표류하는 모습도 생생합니다. 서울시내 상습 침수지역이 치수를 잘 한 관계로 지금은 서울에서 제일 부동산 값이 비싼 동네들이 되어 버렸네요.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은 자연의 정도에도 적용됩니다. 어쩌지 못하는 자연현상이지만 최대한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측을 하고 예측에 상응하는 준비를 하여 한계치를 경계합니다. 그럼에도 어제처럼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진정한 위기관리 능력입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는 일이면 위기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기관리는 조금 더 철저히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확실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경계의 범위를 허용치보다 조금 더 넓히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전 데이터의 분석이 필요하고 자료를 통합하여 예측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결정의 시간은 최대한 빨라야 합니다. 자연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경계를 하고 위험 신호를 발동해 피해가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늘의 구름이 흐르는 상황을 보건대 어제처럼 무지막지한 비는 내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상청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각별히 요구되는 시간입니다. 기상청의 전매특허인 "곳에 따라 비"라는 허무맹랑한 예측은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안전 안내 문자' 경고를 주고 있어 도로 상황을 검색해보고 움직이게 되어 다행입니다. 이렇게 모든 분야의 공동의 지혜가 합쳐져야 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비 내림을 예의 주시하고 큰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