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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06. 2020

봄은 타이밍이다

봄바람 휘날리는 지난 주말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사회적 거리'에 발맞춰 가택연금을 자처하고 계셨나요? 아니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그나마 인적 드문 양지 녘에 피어있는 진달래를 맞으러 잠시 다녀오셨나요? 어떤 일을 하던지 그 일 뒤에는 화창한 봄기운의 춘흥을 배경으로 깔게 됩니다. 그것이 봄입니다.


봄은 타이밍입니다. 딱 한 달 정도.

요 시기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코로나가 계절의 시간까지도 잊게 하고 넘어가게도 하는 위력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봄을 가만히 관조해보면 자연의 생명조차도 언어의 틀 속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생각이라는 것이 브레인 안에서 떠올리는 'inner talking'인데, 이것 조차 기억으로 인한 발화이며 전적으로 언어로 구성됩니다. 봄과 생명을 연결 지어 생각을 해내는 행위조차 인간의 뇌에서 나온 현상입니다.


그럼 봄과 생명을 해석해 볼까요? 생명이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없던 것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이 형태를 바꾸어 재창조된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빅뱅 이후 생명은 원래 그렇게 존재하는데 '분자의 구조 형태 변화'를 통해 모양만 바꾸게 된다는 논리가 더 신빙성이 있고 이것이 사실입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생각을 전달하는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몸짓을 통해서도 의사소통은 가능합니다만 정확한 표현의 수단을 발달시켜온 덕분에 현생 지구에서 생명체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생명이란, 살아있음이란, 끊임없이 변화해가고 진화해 가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꽃이 먼저 피어 계절의 시작을 알리던 자리에는 벌써 꽃이 지고 연초록의 이파리들이 대신하는 걸 발견합니다. 계속적으로 피어나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뿐 생명의 줄기는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그 자리를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이 차지를 합니다. 인간이 살아 숨 쉬고 생명을 가지고 있음을 가장 원초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섹스 행위입니다. 인간뿐만이 아니고 모든 다세포 진핵 생명의 근원이자 존재는 바로 유성생식에 있습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진화해온 생명 전달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가뿐 숨을 공유하고 같이 땀 흘리는 접촉을 통해 서로의 에너지를 확인합니다. 자연의 풀 한 포기도, 나무 한 그루도 인간의 섹스만큼이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꽃을 피워 매개체인 나비와 벌들을 유혹하기도 하고 꽃가루를 멀리 날려 짝을 찾아가는 행위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기에 한 번에 만날 수 없어 무수히 많은 꽃을 피우고 꽃가루를 밀가루처럼 뿌려 수정의 확률을 높여갑니다.


그렇게 지구 상에 생명으로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온갖 지혜들을 발휘하여 생명의 존귀함을 알립니다. 세상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는 이유입니다. 보도블록 사이에 피어난 잡초의 꽃조차도 지구 역사 46억 년, 아니 빅뱅 이후 137억 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터득한 생명의 이어짐을 알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사무실에 놓여있는 화분 하나에서부터 이제 막 사무실을 들어서는 남직원의 모습까지 모든 것이 신비로울 따름입니다. 생명이 신비입니다. 이 모든 생명들이 존재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면 또 다른 생명을 위해 보시를 하겠지요. 그 윤회와 순환의 연결은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는 이 아침 바로 그대의 존재로 인하여 이렇게 주변의 생명들을 느껴봅니다. 영혼을 읽는 것은 아닐지라도 살아있는 모든 것을 소중히 할 수 있다는 그 경외감과 대지와 공간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도 이 아침, 주위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침, 목련꽃 흐드러지게 피었던 자리에 초록의 이파리가 대신하고 있는 현장에 시선을 던져봅니다. 장무상망(長毋相忘 ;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 : 추사 김정희가 제자 이상적이 자신을 잊지 않고 책을 보내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세한도'를 그려주며 그림 한켠에 낙관으로 찍은 글)은 인간의 우애를 넘어 자연을 표현하기에도 적당한 글귀 같습니다. 지나가기 전에 눈치채고 알아보는 것이 봄에 대한 타이밍을 맞추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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