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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27. 2022

먹은 만큼 움직이자

받는 만큼 내어주는 게 자연의 이치이자 인간의 도리다.


지구 생명의 시작 46억 년은 전적으로 태양으로 인하여 발생한 현상이다. 지구 생명의 창조주는 태양에너지다. 지구 생명체중에 욕심을 부리는 종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인간의 생각과 기준으로는 멍청해 보이는 생명들의 활동조차 크게 보면 공진화하는 현상 속에 있다. 인간만이 유아독존과 과욕에 물들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욕심이 결국 지금 지구의 온도를 급속하게 올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구가 인간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는 현상 속에 있는 것이다.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물질적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가? 아침에 먹고 마신 음식물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양배추와 오이와 당근은 또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오븐에서 익고 있는 닭고기와 소고기와 양고기는 어떻게 고효율의 에너지로 기능을 하고 있는가?


생명 에너지의 근본을 들여다보면 크게 C(탄소) H(수소) N(질소) O(산소) P(인) S(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 생명의 원소들이다. 생명을 들여다보면 이 원소들의 구성을 연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생명의 공통 언어다. 모든 생명에 다 통한다. 식탁 위의 시금치에 있는 질소 분자를 내가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고 마이야르 반응으로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소고기 안심의 선홍색 육즙에 있는 탄소 분자를 내 손가락 근육을 움직이는 원천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 다르고 동물 다르고 인간 다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생명의 근본 원소들을 모두 공유하고 있으므로 모든 생명은 같은 형제들이다. 원자들의 배열만 달리해서 형태가 다를 뿐이다.

지금 내 피부 속 밑을 달리고 있는 붉은 피는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에 포함된 철분자 때문이다. 혈액은 몸을 움직이고 기능하게 하는 에너지를 실어 온 몸 구석구석 전달해 주고 있다. 이 혈액 전달 시스템중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몸이 움직이고 생각을 하는데 지장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는 말이 얼마나 엄중했는지 화들짝 놀라게 된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게 이상한 게 아닌가? 인간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 말이다.


혈액이 허파꽈리를 지날 때 들숨으로 호흡한 산소를 붙잡는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 한 분자의 분자식은 C3032H4816O872N780S8Fe4이다. 탄소 분자가 3,032개 수소분자가 4,816개, 산소분자 872개, 질소분자 780개 황분자 8개 철분자 4개로 이루어져 있다. 철 분자 4개가 산소를 붙잡는다. 철 분자가 4개밖에 안된다고? 헤모글로빈 한 분자일 경우에 그렇다는 소리다. 적혈구 한 개에는 헤모글로빈 분자가 대략 2억8천만개 들어 있다. 적혈구 한 개당 대략 11억2천만개의 산소 분자를 운반하는 것이다.


다이어트한다는 현대인들이 그렇게 혐오하는 탄수화물의 원천 분자 중 하나인 포도당의 경우는 어떠한가? 포도당의 분자식은 C6H12O6다. 쌀, 감자, 고구마, 빵, 피자, 달콤한 설탕 모두 들여다보면 탄소와 수소와 산소의 결합일 뿐이다. 


지금 내가 어떻게 호흡하고 어떤 에너지로 움직이는지 들여다보면 신기하고 신비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 신기하고 신비한 생명의 현상이 자연의 일부이자 46억 년을 진화해 온 결과일 뿐이다. 지금 나는 자연의 에너지 일부를 100년 동안 몸이라는 형체에 가두어놓고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이 끝나면 다시 자연의 원소들로 되돌아가고 또다시 그 어떤 생명의 원소로 다시 작동될 것이다.


푸르른 가을 하늘의 높음에 감탄하고 아침 식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며 서늘해진 날씨에 맞게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나'라는 존재는 '나'를 있게 한 자연에 어떤 것들을 돌려주고 있는가? 받은 만큼 내주어야 한다는 화두를 재차 언급할 필요도 없다. 내놓지 않고 가두어 놓으면 썩게 마련이고 부작용의 원천이 된다. "먹은 만큼 움직여야 한다"는 다이어트의 철칙은 자연의 법칙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먹은 만큼 안 움직였기에 에너지가 쌓이고 쌓인 에너지는 배불뚝이로, 내장비만으로, 고혈압으로, 콜레스테롤로 모이게 된다. 이젠 자연에 필요한 원소로 되돌려주어야 한다. 건강한 원소로 말이다. 운동을 하여 호흡으로 탄소를 내놓고 땀으로 물을 내놓아야 한다. 자연의 에너지를 몸속에서 청정하게 활용할 때 정신도 맑아지고 육체도 활력을 갖게 된다. 자연으로 받은 은혜를 잘 돌려주는 일은 자연으로 회귀하는 날까지 자기 몸을 잘 관리하는 일이다. 멈추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에너지가 제대로 타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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