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Sep 28. 2022

아프지 말게나

"아프지 않고 산다"는 것은 사람들의 삶의 명제다. '아프지 않다'의 전제는 연령대를 초월한다. 어느 세대에나 적용된다. 젊을수록 신체기능이 생생하니 아플 확률이 낮을 뿐이다. 아프다는 것이 어디 신체적 이상으로 인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고로 다쳐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적 충격과 사고를 제외하고 몸이 아프다는 것은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의 균형이 깨졌다는 의미다. 신체의 항상성은 세포, 조직, 기관, 몸 전체의 기작이 작동하여 물질대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정해진 환경을 유지하는 일이다. 대표적으로는 체온이 그렇고 혈중 산성도(pH)와 혈당의 적절한 유지가 그렇다.


과해도 안되고 부족해도 안 되는 중용의 상태. 신체기능의 가장 적절한 선은 균형이다. 이 균형을 위해 몸의 모든 세포와 조직은 함께 움직인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균형을 맞춘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변화를 감시하고 반응하는 장치를 가동해 감지해내어 통제하고 조절한다. 살아있다는 생명활동의 놀라움은 바로 균형의 경계를 걷는 데 있다.


정상 혈중 산성도 pH의 범위는 7.35~7.45로 약한 알칼리성을 정상이라고 한다. 피 속의 수소이온 농도를 말한다. 혈액이 약한 알칼리성을 갖고 있어야 세포에서 생성된 산성을 띤 대사물질들을 쉽게 혈액으로 이동시켜 배출할 수 있게 되는 화학적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pH값이 0.2 정도만 낮아지거나 높아져도 신체기능에 난리가 난다. pH가 7.0 이하로 낮아져 산성도가 높아지면 의식불명 상태까지 되고 pH가 7.4보다 높은 알칼리성이 되면 신경 전달을 하는 전기 화학적 작용에 문제를 일으켜 손이 저리고 입 주위 감각이 이상해지고 어지러운 증상으로 나타난다.


신체 기능 유지를 체크하는 바로미터인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수치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적정 수치의 균형 범위를 갖고 있다. 혈압은 최고 혈압이 120 미만 최저혈압이 80 미만을 정상 수치로 산정하고 있고 혈당도 공복 시 100 미만, 콜레스테롤 수치도 200 미만을 유지하는 것으로 권장 정상 수치를 삼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정상범위 내에서 신체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자동차가 일정 주행시간과 거리를 움직이면 정비소를 가는 것과 같다. 자동차나 사람이나 예방정비와 점검이 필요하다. 병이 심해지기 전에 체크하고 관리해야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 국가가 나서서 온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라고 종용하는 데에는 이런 비용 감축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고장 나서 망가진 자동차나 몸을 수리하고 보수하는 일은 돈이 더 많이 든다. 망가지기 전에 제대로 기능하도록 조금 손 보는 일은 쉽고 비용도 덜 든다.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일은 대부분 자율신경계가 담당해서 조율한다. 하지만 사용년수가 길어지고 사용 횟수가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이상이 찾아온다. 몸은 고통을 감내하는 역치의 수준이 부위마다 범위가 다르다. 신체의 각 조직들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범위를 유지하는 일은 오로지 몸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는 본인의 몫이다. 올해 들어 아직도 건강검진을 안 했다면 서둘러서 적정 범위의 수치 안에 내 몸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점검해서 알아야 운동을 하던, 금식을 하던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내 몸을 나도 모를 지경까지 방치하거나 술과 과식으로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적당함과 적절함의 경계를 넘어가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몸 상태를 체크하는 길만이 골골 백세가 아닌 건강백세로 사는 길이다. 아프지 않고 산다는 것은 내 몸에 대한 관심과 비례한다. 어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작가의 이전글 먹은 만큼 움직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