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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02. 2022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사람을 보자

사회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지는가? 때로는 엉망진창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줄기 빛처럼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일들도 보게 된다. 얽히고설켜 돌아간다. 말도 안 되는 사고로 인해 망연자실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가족 일처럼 가슴 아파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시리즈 야구장 홈런 한방의 함성에 몰입되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슬픔과 위안과 기쁨과 격정과 울분이 뒤섞여 있는 것이 사회다.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을 기대하지만 생명의 진화처럼 사회의 방향은 방향성이 없다. 구성원들이 끌거나 밀고 가는 방향이면 어디로든 굴러간다.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와 게이트키퍼들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사회 저변에 깔려 있음에도 그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 활시위가 당겨지듯이 팽팽하게 긴장되기 전에는 그 역량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치와 권력, 행정이라는 제도를 가장한 합법적인 폭력 앞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오히려 오피니언 리더와 게이트 키퍼들이 권력에 편승해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 사회가 위기가 강하다"는 말은 스스로 위기를 만들고 그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전시적 표현으로 보인다. 위기로 안 들어가도 될 일을 스스로 구렁텅이로 걸어 들어가는 이유는 뭘까? 위기가 닥치기 전에 조율하고 타협하면 훨씬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아마추어 같은 생각이다. 사회는 그렇게 이상적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야합과 암투와 숙청과 달램과 공포가 범벅이 되어 있다. 가진 자 앞선 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드문 사회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역대 위정자들을 보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렇게 비난을 많이 받았던 대통령들조차 모두, 자기는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고 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어느 누가, 나라가 망하길 바라겠는가? 그 자리에 앉으면 밤 잠을 설치지 않고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각자 자기 나름대로 국가와 민족과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 밑에 붙어사는 파리떼들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들도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문제다. 하지만 사실이 모두 진실이 아니듯, 합법을 가장한 위선의 작태가 득세함을 경계하고 감시해야 한다. 


상대를 알아야 하고 봐야 한다. 일단 보면 달라진다. 맹자의 양혜왕 편, 제선왕의 문답이 있다. 흔종(釁鐘 ; 종을 만들고 소의 피를 발라 제사를 지내는 의식) 행사에 쓰려고 소를 끌고 가는데 소가 가엽어 보여 놓아주라고 명령한다. 의식을 없앨까요? 없애지는 말고 양으로 바꿔서 하라고 한다. 백성들은 임금이 재물을 아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맹자 왈, "소는 보고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사실 이 용례는 인(仁)의 발원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말하는 것이다. 소는 보았기에 측은지심이 발동되었던 것이고 양은 보지 않았기에 그 이치가 드러나지 않아 방해받지 않았다는데 초점이 있다.


아파트 위층에서 뛰는 아이 때문에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는 아이를 봤다면 그다음부터는 아이가 뛰어다녀도 "씩씩하구먼. 그 나이 때는 다 그렇게 뛰어다니지"하고 소음의 발생원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본다는 것, 안다는 것은 이만큼 사람의 마음을 좌우한다. 인간은 시각적으로 증거를 봐야 믿는다. 인간은 시각피질이 지배적인 종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일단은 봐야 하고 알아야 한다. 그다음에야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 너무도 자명한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로 부각된다.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사람을 보자. 봐야 좋은 감정도 생기고 역사가 이루어질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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