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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01. 2022

내가 느리다면 네가 빠른 거야

어제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일주일 전부터 식욕도 없고 몸도 붓고 하여 병원에 갔다가 바로 응급실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평소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매일 운동하며 관리를 해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급성 신부전증이라 어제 하루만 투석을 3차례나 했답니다. 평소 술도 많이 마시면 그러려니 할 텐데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던 친구한테 벌어진 일이라 건강관리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건강관리에는 '대충' '적당히'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생명은 여러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일정하게 상태를 유지하는 항상성(Homeostasis)이 중요합니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혈당을 조절해야 하며 심장도 일정하게 뛰어야 합니다. 생명은 '항상성'이 생명입니다. 이 항상성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신체에 이상신호가 오고 심하면 병이 됩니다.


항상성은 안정성과 유연성 사이, 속도와 정확도 사이, 구체성과 추상성 사이, 자동과 구성 사이, 그 어딘가에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인문학에서 이야기하는 중용의 상태와 같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건강의 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생명이 될 수 없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정해진 형태를 갖습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형태가 변하면서 유지됩니다. 변하는 상태의 과정을 생명이라고 합니다. 우주에는 빨리 변하는 상태와 천천히 변하는 상태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저 산의 바위보다 빨리 변하는 것일 뿐입니다. 바위도 풍화를 거쳐 변하는데 내가 빨리 변해 그 결과를 보지 못할 뿐입니다. 인간은 몸이라는 형태를 100년 정도 유지할 뿐이고 바위는 1,000만 년을 유지할 뿐입니다. 이 변하는 상태를 엔트로피(Entropy)라고 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내가 빠르면 상대는 느리게 보입니다. 늙었다고 하는 것은 빨리 변한 것이고 젊었다고 하는 것은 아직 덜 변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게는 비슷한 시간이 주어졌고 그 주어진 시간 100년 정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잘 관리하면 그래도 건강을 100년 가까이 유지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그 100년의 시간 중간 어딘가에서 회중시계의 뚜껑을 닫아야 합니다.

건강에는 너무도 명확한 해답이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체질도 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많이 마셔도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고 어떤 사람은 숙취로 고생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아는 것. 이것이 건강관리의 첫 번째 시작입니다.  내 몸은 기온의 높낮이와 같은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를 알고 있어야 하고 기초 대사량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내 상태에 맞는 운동을 하고 그 운동은 내가 견뎌낼 수 있는 강도보다 조금 더 강하게 하는 요령도 알아야 합니다.


너무도 상식적이고 진부하지만 그것이 건강관리의 기본입니다. 기본임에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건강을 상하게 하는 쾌락의 유혹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먹고 마시는 감각의 쾌락은 몸의 퇴락을 가져옴에도 이겨 내기기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즐겁게 먹는 것은 살로 가지 않는다"라고 최면을 걸며 먹습니다. 쾌락이 몸을 지배하면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몸이 망가지면 먹는 것도 마시는 쾌락도 사라짐을 눈치챈다는 것은 병원에 입원을 해야 그때서야 깨닫습니다. 


건강과 운동과 식사조절은 같이 움직이는 수레바퀴입니다. 한쪽이 삐끗하면 전체가 무너집니다.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의 부족한 부분으로 에너지가 몰려 갑니다. 그래서 항상성 유지는 순간순간을 각찰하고 있어야 합니다. 순간이 이어져 시간이 되듯이 건강도 매 순간순간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신체의 노력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길에 나섰다면 몸에 대해 자문의 감사를 해야 합니다. 고맙다고 경의를 표해야 합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어 감사하고 늦가을 단풍 우거진 가로수의 색을 볼 수 있음을 고마워하고 차가운 바람이 뺨에 스치는 순간에 화들짝 놀라야 합니다. 


이 아침, 살아있어 인사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런 감사가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건강관리에도 소홀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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