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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25. 2022

연말 모임 참석의 기준

올해는 송년 모임 행사 선약들이 많이 잡혀 있나요? 아마 이미 이달 중순부터 연말 모임들을 치르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코로나19로 2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단체모임들이 올해에는 줄줄이 달력에 적혀 있습니다. 저만 해도 12월 한 달 동안 예정되어 있는 이런저런 모임들이 10여 개가 넘습니다.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모임들의 숫자가 그렇습니다. 심지어 같은 날 저녁에 중복되어 적힌 모임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중복되어 잡힌 모임에는 어떻게 하십니까?


두 모임중 하나만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인사치레라도 한 모임은 가서 인사라도 하고 빨리 나와서 다음 모임에 참석하기도 할 겁니다. 아예 두 모임 모두, 서로의 모임을 핑계로 안 가는 방법도 있겠지요. 참석할 모임을 결정하는데 어떤 기준이 있으신가요?


어떤 모임은 나가고 어떤 모임은 안 나가거나 나가길 망설이게 될까요?


바로 '관계'라는 단어가 모임 참석의 향방을 결정하는 키가 아닌가 합니다. 해당 모임의 멤버들과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가 선택의 기로라는 겁니다. 또한 이 '관계'의 밑바탕에는 이해득실이 반드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모임에 나가는 것이 앞으로 나의 직장생활과 친구관계와 비즈니스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따지고 아니면 나와서 수다라도 떨며 스트레스라도 해소할 수 있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사회적 관계로 인하여 모임의 멤버가 되어 있긴 하지만 나에게 별로 도움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임이라면 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모임은 철저히 이권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모임의 회원들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얄밉도록 따진다는 겁니다. 심지어 모임에 나오면 수건 한 장, 기념품 하나라도 챙길 수 있어야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임의 장소를 선정하고 메뉴를 정하고 날짜를 잡는 일들을 주도적으로 하는 자리를 맡고 있으면 확연히 멤버들의 취향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회비만 내고 정기 모임에는 안 나오는 멤버, 모임에 가입은 되어 있지만 한 번도 안 나오는 멤버, 인사치레로 1년 중 정기모임에 가끔은 얼굴을 내미는 멤버, 열혈 정성으로 매번 참석하고 주도적으로 모임을 이끄는 멤버 등등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회원들의 참석 행태를 들여다보면 사실 그들에게는 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모임에 잘 나오다 근래에 안 나오는 사람의 경우는 처음에는 잘해보려 했는데 몇 번 나와보니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여봐야 술이나 마시고 잡답이나 하고 골프 정도나 치고 하는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임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멤버들이 자기 사회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업무상 작은 부탁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없다고 느끼면 모임 참석의 이유가 희박해져 갑니다. 모임에 안 나올 핑계를 댑니다. 그렇게 멀어져 갑니다. 그렇게 폭파된 단톡방이 여러 개씩 있을 겁니다. 그렇게 모임이 없어지고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된 또 다른 모임체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모임은 참석하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회비 잘 내고 매번 모임 스케줄을 정말 생업과 관련된 일이 아니고서는 잘 참석하는 게 기본입니다. 어떠한 이유와 목적이 있었건 그 모임에 회원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본인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있거나 사회적 위치와 관계로 인해 가입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임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를 따지기보다는 내가 그 모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멤버의 일원으로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모임은 대우를 받고 대우를 해주는 단체가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 참여하고 스스로 회비를 내고 스스로 멤버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내가 나서서 모임의 주체가 되어야 모임이 나에게 의미로 다가옵니다. 꼭 모임의 임원을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선임자들이 힘들지 않게 잘 참석하고 의견을 내서 서로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으면 됩니다.


내가 나서지 않고 모임이 잘 되기를 바라고 멤버들 간의 관계로 과실만 따먹으려는 이기심을 가지고 모임에 참여해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모임이 오래 유지되는 것은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합니다. 연말 송년 모임인데 책상 서랍에 꼬불쳐둔 와인 한병이라도 들고나가 같이 마실 수 있는 아량도 있어야 합니다. 멤버들을 생각하는 작은 배려입니다. 이런 관심들이 모여야 모임에 활력이 생깁니다. 특정 사람 주관으로 유지되는 모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 사람의 기력이나 사회적 위치가 달라지는 순간, 모임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모임일 테니 연말 송년모임은 이 관계를 잘 이어가고 유지하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오랜만에 만났다고 술을 너무 과음하지는 마시고 그동안 못다 한 수다와 웃음 가득한 시간으로 채우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우정과 유대는 덤으로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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