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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15. 2022

연예의 정석, 놀라움과 새로움

인간은 항상 새롭고 놀라운 것에만 반응한다. 그렇게 생겨먹었다. 진화적인 생존 반응이기 때문이다. 새롭고 놀랍다는 것은 처음 보고 처음 접했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것은 그것이 사물이 되었든 상황이 되었든 나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진화생물학적 반응은 그 상황이 되면 그대로 얼어붙는 상태가 되고 이어서 일단 도망치는 회피 반응이 나타난다. 이 정도의 반응은 대부분 동물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얼어붙고 회피하는 반응은 공포의 대상을 맞닥트렸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새롭고 놀라운 것을 접했을 때도 같은 기재가 작동한다. 생존에 지장이 있는지 없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현상이다. 에너지 효율화 측면에서도 당연한 작동방법이다. 생명과 관련되는 새로운 일에는 에너지를 들여서라도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이미 익숙해져서 내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상황이나 대상에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다.


이는 연인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연예를 할 때는 상대를 위해 항상 놀라움을 제공해야 한다. 예쁘고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은 기본이다. 화려한 치장이나 옷차림으로 상대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기발한 유머와 재치로 만나는 시간 동안 정신없이 즐겁게 해야 한다. 생일날 장미꽃을 선물하거나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기획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무리하게 지갑을 터는 경우도 있다. 상대를 놀라게 하여 나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갖도록 하는 당연한 방편이다. 평생 해보지 않았던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같이 해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연인 사이에서 서로의 놀라움이 시들해지는 시간이 되면 곧 헤어짐의 시간도 가까워졌음을 직감해야 한다. 언제까지 놀라움을 선물해야 할까? 결혼한 이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결혼하고도 부부관계의 놀라움은 은근한 화롯불처럼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도록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 이후까지도 서로에게 놀라움과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대부분 결혼과 함께 배우자에 대한 놀라움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니 놀라는 경우가 있긴 하다. 배우자의 툭 튀어나온 똥배를 볼 때와 휴일 한낮까지 침대에 누워 코 골며 디비 자는 모습을 볼 때다. 이는 경이의 놀람이 아니라 혐오의 놀람이다. 놀람이 분노로 돌변한다. 같은 놀람 반응이지만 대응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매일 보니 오히려 지겹고 "저 화상 언제 안보나" 기다리게 된다. 익숙함이 주는 반응이다. 

그래서 원만한 부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긍정의 새로움과 놀라움의 상황을 연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들의 출생이 가장 큰 놀라움의 사건이겠고 예상치 않은 이벤트나 여행을 통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오래 같이 산 부부라 할지라도, 그렇고 그런 일상에서 에너지 최소화 법칙에 따르는 무기력함을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지 않으면 점점 남남이 되어갈 수밖에 없다.


익숙함은 편안함이다. 편안함은 예측 가능함이다. 예측 가능함에는 떨림이 없다.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연인이든 부부던 떨림이 사라지면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임에도 이 당연한 사실을 외면한다.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기 싫어지고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가기가 귀찮아진다. "추운데 어딜 나가? 그냥 집에서 마라탕이나 시켜먹으면서 '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나 보자" 꼬드긴다. 익숙함에 빠져드는 함정이다.


"연예시절에도 그렇게 이벤트 하느라고 힘들었는데 결혼해서까지도 그 짓을 계속하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 왜? 내가 편하고 가정이 평온하려면 해야 한다. 작게는 동네 영화관에 '아바타 2'라도 보러 예매를 해야 한다. 가기 싫다는 손을 잡아끌고서라도 나서야 한다. '아바타 2'가 싫으면 '올빼미'라도 보자고 해야 한다. 주말에 시간이 더 있으면 강원도 스키장으로 가거나, 시간이 더 있으면 일본 규슈의 온천이라도 다녀오자고 바람을 넣어볼 일이다. 매일매일의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이 새로움을 주는 일이고 놀라움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이 새로움과 놀라움이 긴장감을 주고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하면 도파민도 함께 작동하여 들뜨고 기쁜 마음이 들게 한다.


산다는 것은 놀라움과 새로움의 연속이지만 그 연속의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이 들고 시간이 든다. 연인 사이의 들뜸과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는 데는 그렇게 유지비가 든다. 참 먹고살기 힘든 게 인생이다. 아니 근근이 버티는 것조차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해내야 한다. 그것이 사는 것이기에 그렇다. 호모 사피엔스의 운명이자 생존본능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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