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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04. 2023

세상이 바뀌는데 나만 모르고 있다

매년 연말이면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가트너(Gatner)에서 다음 해 주요 기술전략 전망 자료를 내놓는다. 지난 연말에도 '2023년 IT 트렌드 전망'을 발표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IT 환경 속에서 참고해야 할 기술 요소들을 분석하여 최적화(Optimize), 확장(Scale), 비즈니스 개척(Pioneer)이라는 테마로 분류하고 세부 항목으로 10가지 기술 트렌드를 제시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AI가 포함됐다. 비즈니스 신규 개척 부문에 메타버스와 함께 적응형(Adoptive) AI가 있다. 적응형 AI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하고 예측을 반복하면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로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조직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변할 수 있어야 하기에 적응형 AI도입이 필요하고 Agile 역량 습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침글에 다소 어려운 내용을 끌고 온 것은 가트너 발표 전망 자료를 매년 들여다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데, 전문가들의 최신 트렌드를 엿보고자 함이다. 사실 가트너가 제시한 10대 트렌드를 보면 생소한 전문용어들이라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디지털 면역 시스템(Digital Immune System), 플랫폼 엔지니어링(Platform Engineering), Superapps(슈퍼 앱)과 같은 제시어들이 등장하는데 비전문가는 뭔 소리인지 조차 분간할 수  조차 없다.


그럼에도 매년 이 자료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이유는 우리 사회를 지배할 여러 분야의 방향들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해 전망에도 등장하고 있는 적응형 AI는 지난 12월 1일, Open AI사가 공개한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와 맞물려 올 한 해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베타버전 공개를 하고 5일 만에 글로벌 사용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페이스북이 10개월, 인스타그램이 2.5개월, 아이폰 74일, 걸린 속도를 하루단위로 줄여버린 것이다.


ChatGPT는 현재 베타버전을 오픈 중이라 이메일 등록과 전화번호 확인만으로 무료사용이 가능하다. 생소하겠지만 한번 들어가서 채팅창에 질문을 던져보라 섬뜩함을 느낄 것이다. 내가 지금 인공지능이랑 문자채팅을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90년대 PC통신이 활발하던 시절(유니텔, 나우누리, 천리안을 기억하는가?), 모뎀을 통해 띠~~ 리리 띠~~ 리~~ 리 소리를 내며 연결하고 문자대화를 했던 감성이 오버랩된다. 97년, 한석규와 전도연이 주연을 했던 영화 '접속'의 소재도 바로 PC통신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과 문자 대화를 하는 게 아니고 컴퓨터 인공지능과 문자질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과 주고받는 문자 대화 이상의 정교함이 있다. 인공지능이 대화의 문맥을 계속 추적하여 대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판단하고 최적의 답변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튜링테스트를 뛰어넘은 지 오래되었다는 소리다.


하지만 아직 머신러닝은 사람이 데이터를 넣어줘야 AI가 프로그램을 짜서 스스로 학습을 한다. 여전히 사람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AI는 이 단계를 살짝 넘어서 AI 스스로 데이터까지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넘어 러닝머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지는 '구글은 끝났다(Google is done)'라는 도발적 제목으로 chatGPT의 등장을 평가하기도 했지만 구글도 람다(LaMDA)와 같은 대화형 AI를 개발하고 있다. 문자가 득세를 할 것인지 말이 득세를 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범용화 측면으로 간다고 할 때 말로 대화하는 방식이 더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 구글과 같은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하는 이유는 정답을 찾거나 모르고 있는 내용의 팩트를 확인하고자 함이다. 검색창에 원하는 정보에 해당하는 단어나 문장을 입력하면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를 모두 보여준다. 어떤 게 정답이고 어떤 게 맞는 정보인지 선택하는 것도 역시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chatGPT는 정답만을 바로 보여준다. 다만 정답의 근거는 아직 안 보여준다. 정답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답변을 어디서 인용했는지 인텍스를 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용의 원천을 대화창 밑에 알려준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의 정확도에 어떤 효용성이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답변의 신뢰는 끝없이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chatGPT 모델은 지식 기반의 데이터 학습을 기초로 하지만 사실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사람과 대화하는 문맥과 유사하게 답변을 내놓도록 알고리즘이 만들어져 있다. 아직 chatGPT는 자기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는 모른다. 어떻게든 질문에 답변을 내놓는다.

서술형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GPT-3는 1,750억 개의 매개변수(Parameter)를 활용해 데이터 학습을 시켰다. 2018년 GPT-1 출시 당시 1억 1,700만 개의 매개변수를 썼던 것에 비하면 1,000배나 많다. 매개변수는 인공지능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려하는 경우의 수로 매개변수가 클수록 정교한 답변을 할 수 있다. 지금 구글이나 네이버가 검색창에 단어 조합으로 검색되는 것과는 다르게 서술형 질문과 답변이 가능하게 된 이유다. 이미지 생성 AI로 있다. OpenAI사의 달리2(Dall-E-2)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미드저니(Midjourney)는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만들어냈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경쟁에서는 인간이 AI를 이길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유일하게 한번 이긴 후 다시는 인간이 바둑에서 기계를 이길 수 없게 되었다는 신화는 박제된 신화가 된 지 오래다. 이젠 AI에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경지까지 왔다. 기계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인간지능에 달렸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을 갖고 있고 이 뉴런들의 연결 시냅스가 100조 개 정도에 달한다. 올해 초에 공개될 GPT4의 매개변수가 100조 개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이 생각하는 수준과 비슷한 성능을 갖출 수 도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무서운 세상이 오고 있다. 아니 벌써 와 있을지도 모른다. 나만 모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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