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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10. 2023

건강 챙기기

지난주 신문에 흥미 있는 건강 관련 기사가 하나 실렸다.

"'가짜 약'이라 알고 먹어도 치료효과 볼 수 있다"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다.

'오픈 라벨(Open Label) 플라세보'에 대한 연구 사례에 대한 기사로, "약효 성분이 없는 가짜 약을 먹어도 병세가 좋아지는 것을 위약 또는 플라세보(placebo) 효과라고 하는데 환자에게 가짜 약이라고 알려줘도 유사한 효과가 나온다"는 내용이다. 가짜 약임을 알려주되 치유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처방을 하면 치료 성분이 없지만 먹는 것만으로도 요통, 과민성 장 증후군, 편두통, 관절염 등에도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사실 이 사례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10년에도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고 그 이후로도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이 동일한 사례 결과들을 속속 발표한 바 있다.


오픈 라벨 위약은 약을 복용한다는 행동과 뇌의 인식이 플라세보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의사가 잘 낫게 하려는 치료과정에서 가짜 약을 주는 것이라는 믿음도 플라세보 효과를 내는데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노세보(nocebo) 효과도 있다. 효과가 확실한 약이나 치료법이라도 환자가 별로라고 의심하면 약효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현상이다. "뇌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정도가 달라지는 통증, 불안, 우울 등은 치료에 의심을 가질 때 증상의 폭이 더 커진다. 어떤 치료 방법이든 환자에게 나을 수 있다는 암시, 즉 긍정의 강화를 심어주면 치료 효과가 올라간다"라고 한다.


유방암 권위자로 알려진 이희대 박사는 2013년 별세했는데 그는 2003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일곱 번 재발하고 열 번 넘게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 와중에 그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더 밝게 지내며 의욕적으로 수술을 집도하며 "사람은 암으로 죽지 않는다. 사람을 쓰러뜨리는 건 병에 대한 절망"이라고 했다. 암 명의이자 암 환자였던 그가 꼽은 최고의 항암제는 바로 희망과 긍정이었다. 긍정적 사고는 건강을 유지하고 질환의 발현을 제어하는데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의료계에서도 인정한다.


거창한 건강계획보다 긍정적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억지로 긍정적일 필요는 없다.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감정은 오히려 현실을 정확히 볼 수 있게 하고 위험을 감지하고 피하게 하는 역할을 하므로 지나치지 않으면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정을 확인하는 게 먼저다"라고 주장을 하기도 한다. 경계(經界)를 잘 경계(警戒) 해야 한다는 뜻이다. 쉽지 않다. 불쑥불쑥 마음 한구석에서 발현하는 게 감정인지라 가라앉히고 조절하는 것도 어렵지만 지켜보는 것 자체도 어렵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파봐야 안다. 아파봐야 숨 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고 걷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되며 심지어 손을 들어 숟가락을 잡을 수 있음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게 된다. 아파봐야 긍정의 마인드가 위약처럼 작동함을 인지할 수 있다. 뭐든지 경험해봐야 나의 실체로 등장을 한다. 알아야 빠져나올 수 있다. 건강위험신호의 빨간불을 켜본 사람과 켜보지 않은 사람의 경계는 분명히 다르다. 무덤 앞에까지 갔다 온 사람은 무덤의 어둠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때서야 뒤돌아 건강을 찾고 운동을 찾게 된다. 그나마 그때조차도 늦지 않았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어트와 건강은 오직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과 같은 생활 습관으로만 가능하다. 어떠한 특효약도 없다. 아직까지는 현대의학도 약으로 건강한 삶을 살게 할 수는 없다. 내가 움직임을 조절하고 부족하면 더 하고 과하면 덜어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수없이 쏟아지는 건강보조식품들은 말 그대로 보조일 뿐이다. 위약의 경계보다는 살짝 특정 성분을 함유하고는 있을 거다. 하지만 소가 건너간 냇물 수준의 소고기 함량으로 소고깃국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바로 오픈 라벨 위약 효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거와 진배없다.


건강을 위해서는 꼼꼼히 살펴야 한다. 건강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고 부족한 것과 과한 것을 체크해서 보강할 것은 보강하고 덜어낼 것은 줄여야 한다. 물론 덜어야 할 것은 과식과 체중일 것이고 늘려야 할 것은 운동량일터이다. 검사와 검진을 통해 내 몸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을 챙기고 거기에 맞게 운동량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뛰고 무조건 걷는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관절이 안 좋은데 뛰면 관절만 상할 것이고 근육이 약해져 있는데 덤벨 무게를 무리하게 들면 역시 근육만 상할 것이다.


건강 챙기기에서 제일 경계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남들이 해봤는데 좋다고 권장하거나 권유하는 것"이다. 무얼 먹었더니 금방 좋아지더라, 등산을 했더니 호흡도 좋아지고 다리도 튼실해졌더라라는 '카더라"의 유혹이다. 절대 믿지 마라. 그 사람에게만 좋게 작동했을 효과일 뿐이며 거기다 자기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합리화의 위약효과까지 덧입혀져 과장되어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말하는 사람은 진심을 다해서 경험한 바를 전한다. 딱 거기까지다. "그럴 수 도 있겠군" 정도로만 들어야 한다. 나의 체력조건이나 건강상태나 식생활 등 삶의 모든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건강과 운동에 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어설픈 체험자의 경험담을 나의 건강 챙기기의 지표와 비교하는 우를 범하면 큰일 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가 정답이다. 피트니스센터에 처음 등록을 해서 다닌다면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기구를 사용하고 운동강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맞다. 괜히 옆사람 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고 따라 해 봤자 근육 쓰는 법을 몰라 힘들기만 할 뿐이다.


무작정 들이대면 개선되고 진척되는 변화를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옆에서 지켜봐 주는 주치의나 전문 트레이너가 있으면 내 몸의 상태에 맞는 처방과 운동강도를 조절해주고 알려준다. 그것이 전문가의 힘이다.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오픈 라벨 플라세보의 시작도 전문가의 전문지식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다. 신뢰에는 비용이 들어 망설이게 되지만 그래도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 효율을 높일 수 있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도 좋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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