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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11. 2023

갑상선암 수술, 1년 경과 보고서

지난 2021년 12월 3일 갑상선 두 쌍중 오른쪽을 적출하고 꼬박 1년이 지났다. 열흘 전, 1년 경과시점을 계기로 정밀 검사를 했다. CT 촬영, 초음파 검사, 혈액검사, X-레이 검사를 했고 어제가 그 검사 결과에 대한 주치의 소견을 듣는 날이었다.


수술 이후 6개월, 8개월 될 때마다 정밀검사를 하고 호르몬제 복용 용량을 줄여오며 적응기간을 거쳤고 지난해 9월부터는 아예 호르몬제 복용을 끊고 4개월을 버티는 임상시험기간도 거쳤다. 그리고 드디어 열흘 전  수술 1년 경과 정밀 검사를 통해 신체기능 평가를 한 것이다.


열흘 전 검사를 마치고 다소 초조한 시간을 기다리다 어제 검사결과 소견을 들으러 갔다. 나름 운동도 하고 음주도 줄이며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고는 있었으나 어디 신체기능이 내 마음대로 되겠는가? 검사결과를 받아 들기까지는 막연한 불안감이 화롯불 불씨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지만 어제 주치의로부터 들은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호르몬제를 끊고도 잘 적응하고 계셔서 계속 끊으셔도 되겠다. 다른 쪽으로의 전이도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최상으로 적응하고 계신다. 앞으로는 1년에 한 번 검사하고 만나는 것으로 하겠다. 내년에 뵙도록 하겠다."가 결론이다.


축하해 줘라. 잘 버텨냈고 잘 적응했다고.


사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계속 아침글에서 소식을 전했지만 갑상선 절반을 적출하고 난 후 체중의 앞자리가 7자를 그린 후 6자로 떨어지지가 않고 있다. 평생 체중 앞자리에 7자를 내세운 적이 없는지라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숫자다. 운동을 안 한다거나 식욕이 늘어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다. 갑상선 저하 후유증의 하나가 체중이 느는 것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신진대사를 부스터 하는 기능인데 기존 분비량의 절반밖에 안 되니 체중증가에 둔갑해진 것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10Km 조깅을 했고 날이 추워지면서는 한 달 전부터 동네 피트니스센터에도 등록하여 1시간 트레드밀도 뛰고 트레이너의 개인 PT도 받으며 근력향상운동을 하고 있다. 3개월 동계훈련을 핑계 대긴 했지만 피트니스센터에서의 근력운동은 따뜻한 계절이 와도 계속해야 될 듯하다. 

일단은 체중이 줄지는 않지만 그래도 현상 유지는 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오늘 아침만 해도 70.5Kg이다. 500g 빼서 6자로 만드는 거 정도야 한 끼 안 먹으면 되는 일임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근력운동 위주로 운동을 집중하고 있어 지방을 근육으로 변환하는 기간으로 삼고 있다. 그래도 피트니스센터에서 PT를 시작한 지 한 달 여가 지나서 그런지, 체중 숫자에는 변화가 없는 듯 하나 다른 변화는 눈에 띈다. 우선 아침마다 샤워할 때 쳐다보는 거울 속 모습에 어깨가 벌어진듯하고 가빠도 나온 듯하다. 물론 착각일 수 있다. 겨우 한 달 웨이트하고 그 정도면 모두 몸짱이 될 수 있을 터다. 그래도 바지를 입을 때 벨트 고리 1개 정도는 더 당겨야 하는 것을 보니 뱃살이 빠진 것은 분명하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들고 약국으로 가서 1년 치 약을 받았다. 사실 약도 아니다. 비타민제(아로나민케이싸이정)와 비타민제 먹을 때 소화를 도울 소화제(속편엔이중정)다. 그리고 액상 비타민D(D3BASE 경구용솔루션) 12병이다. 비타민D는 면역세포 생산에도 작용해서 그런지 수술 후 지금까지 계속 보충하도록 처방전에 포함되어 있고 주사로도 어제 추가로 한방 맞았다. 역시 주사제 비타민D도 비급여 항목이라 13만 원이나 한다. 비타민D는 햇빛을 통해서 피부에서 합성을 할 수 있기에 지난 여름부터는 골프를 가도 선블락 크림을 안 바르곤 했는데 그래도 부족한 모양이다. 병원에 중간 검사를 올 때마다 비타민D 주사를 한 방씩 맞고 가라고 한다. 아무튼 주사 맞은 것을 제외하고 약국에서 1년 치를 한 번에 사니 474,220원어치나 됐다. 커다란 쇼핑백으로 가득이다. 들고 가기엔 다소 손이 무거운 정도라 쇼핑백 든 손을 번갈아 바꿔 들어야 했다. 그래도 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이제 1년 동안 병원을 안 찾아와도 된다는 안도감이 긴장감을 눌러버렸다. '암'이라는 단어가 짓누르고 있던 마음의 수갑을 푸는 느낌이다. 해방감이라고나 할까? 이제부터는 잘 관리하고 지켜낼 일이다. 운동으로 꾸준히 체력을 유지해서 건강이 더 나빠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내가 스스로 절제하고 자제하고 운동해야만 그나마 버티는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장기를 모듈로 갈아 넣을 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올 때까지 제대로 유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건강하게 버티며 현재를 잘 관리하는 것이 미래의 나를 위한 길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겠다. 골골 100세는 아무 소용이 없다.




PS : 갑상선에 생긴 결절이 암으로 양성판정을 받고 수술하고 1년이 경과하기까지 관련된 글을 써온게 이번글까지 모두 10개다. 아침글 소재 하나가 없어지는 느낌이지만 홀가분하다. 갑상선암 통보를 받고 다소 충격에 휩싸여 있을 분들을 위해 아래에 글들을 다시 연결한다.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


ㅇ 갑상선암 수술, 8개월 경과 보고서 https://brunch.co.kr/@jollylee/538

ㅇ 갑상선암 수술, 6개월 경과 검사 보고서 https://brunch.co.kr/@jollylee/500


ㅇ 처음인데 마지막이길 https://brunch.co.kr/@jollylee/393


ㅇ 신체기능 재부팅 중 https://brunch.co.kr/@jollylee/391


ㅇ 목에 칼이 들어오다 https://brunch.co.kr/@jollylee/390


ㅇ 갑상선암 수술을 3시간 앞두고 https://brunch.co.kr/@jollylee/389


ㅇ 3박 4일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https://brunch.co.kr/@jollylee/382


ㅇ 병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진다 https://brunch.co.kr/@jollylee/367


ㅇ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https://brunch.co.kr/@jollylee/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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