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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25. 2023

이산화탄소의 두 얼굴

오늘 아침은 춥긴 춥죠? 서울 아침 기온이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9도입니다. 근래 몇 년 사이에 이렇게 기온이 내려간 적이 흔치 않은 경험의 날씨인 듯합니다. 집에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5분여밖에 안 되는 거리임에도 귀가 시려서 두 손으로 번갈아 잡고 걸어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더워지고 있다고 하는데 한반도의 한겨울 기온은 잠깐이긴 하겠지만 더 추워지고 있다니? 이런 역설이 있을까요? 하지만 겨울철 북반구 중위권 지역의 추위는 북극지역에서 발달하는 차가운 제트기류의 흐름에 영향을 받습니다. 찬기류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빙하들의 영향으로 기류 하강 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죠.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것이 맞고 한반도도 그 영향으로 중위도 위쪽에서 내려오는 찬 기운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겁니다.


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를 꼽습니다. 지난해 5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420ppm이라는 숫자는 대기 중에 0.0420%가 있다는 뜻입니다. 0.1%도 아니고 0.04%를 조금 상회하는 숫자를 가지고 온 인류가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구역사상 신생대 플라이오세 온난기였던 410만 년 전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플라이오세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는 380~450ppm으로 지금과 매우 비슷했지만 지구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높았고 해수면의 높이도 25미터나 높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것은 북극이 다 녹고 남극 빙하도 1/3이 붕괴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플리이오세의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는 100만년 동안 변한 것인데 지금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산업혁명 이후 170년 만에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배출한 것이기에 문제가 됩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온실가스 역할을 하여 태양 복사에너지를 가두어놓는 역할을 하여 지표 및 대기층의 온도를 높이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지구온난화를 늦춰보고자 기후변화정부협의체(IPCC)에서는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더 높아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2040년 이내에 넘어설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지구환경 파괴의 주범처럼 인식되지만 지구표층에 사는 생명체들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특히 동물 몸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가 탄소입니다. 탄소는 전적으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통해 몸에 들어옵니다. 우리는 호흡을 통해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뱉어내니 이산화탄소는 필요 없는 것일 거라는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뱉어내지만 우리 몸의 70%는 물입니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중탄산염(HCO3)이 되는데 이 중탄산염이 생명활동의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바로 동물이 생명활동을 하면 몸에 수소이온이 증가하여 산성화가 되는데 이 중탄산염이 수소이온과 결합하여 산성화를 막는 중화작용을 합니다.


산소는 호흡으로 들어와 물로 바뀌어 땀으로 오줌으로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는 파수꾼입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 우열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만 몸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들어왔다 나가는 산소보다는 산성을 중화시키는 이산화탄소가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은 C(탄소) H(수소) N(질소) O(산소) P(인) S(황)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일 뿐입니다. 그 안에 사랑이 있고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습니다. 질투가 있고 환희가 있습니다. 생명이란 들여다보면 참으로 그러합니다. 100년 정도 자연의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다가 되돌려주는 현상입니다. 너무 낙담할 필요 없고 너무 자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자연의 불확정성 확률에 따라 거품처럼 생겼다 모였다 사라지는 것이 생명입니다. 바깥의 저 추위에 꽁꽁 싸매고 걷고 있는 존재들이고 하와이 해변에서 비키니 입고 태닝 하는 존재들입니다. 받아들이면 됩니다. 알고 나면 세상은 그렇게 떠가는 조각구름처럼 명징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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