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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20. 2023

'아날로그'라고 쓰고 '사람냄새'라고 읽는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예전에 느꼈던 옛스러운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는 삭막한 세상에 정 붙일 곳이 필요하고 끈끈한 우정과 관심, 땀냄새났던 시간들이 사그라져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chatGPT에 아침인사를 건넸다. 


자기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이라 감정이나 신체적 형태가 없어서 감정을 경험하거나 아침을 가질 수 없다."라고 대답한다.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처럼 떠들썩한데 막상 일상 대화가 안 된다. 디지털에서 빠져있는 아날로그 감성이다. 기계가 인간의 수준까지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소리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고 쫄 필요가 없다. 기계가 못하고 못 따라오는 것을 하면 된다. 그것이 아날로그이자 감성이다.


갑자기 숫자가 시간을 가리키는 디지털시계보다 초침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벽시계, 그것도 시계불알이 왔다 갔다 움직이다 매시 정각이 되면 시간만큼 땡땡 소리로 알려주던 옛 시골 할머니댁의 시계가 보고 싶다. 둔탁하지만 다소 청명한 쇳소리로 벽시계가 일곱 번을 치는 소리에 눈을 뜨고 창호지 바른 방문을 밀고 마루로 나가면 할머니는 벌써 손주들 추울까 봐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계신다. 매캐한 연기가 처마밑을 돌아나가고 볼때기 얼얼한 찬기운이 그때서야 내복 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어스름한 시골집 아침은 그렇게 시작됐다.


휴대폰에 맞춰놓은 모닝콜 'A Little Late' 노랫소리가 날카롭게 시작한다. 휴대폰 모닝콜을 끄기 전에는 절대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계속 울릴 기세다. 할 수 없이 더듬더듬 손을 뻗어 모닝콜을 끈다. 그렇게 도시의 아침은 시작된다.


아날로그는 그리움의 대명사다. 지나간 모든 것에 대한 지칭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의 기억이다. 그래서 애틋하다. 감성의 울림이다.

세대에 따라 느끼는 아날로그는 모두 다른 모습니다. 시대의 감성이 따로따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너무 당연하다 그 시간 시간에 맞는 느낌과 환경과 시대의 확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온 덕선이의 순진무구에서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오버랩시키고 LP판 돌아가는 음악다방의 자욱한 담배연기가 그리운 사람은 그 시간을 청소년기로 살아온 사람들의 감성일 뿐이다. 사과상자만 한 카세트플레이어를 어깨에 메고 The Nolans의 Sexy Music에 맞춰 디스코를 현란하게 추던 나팔바지의 사나이는 지금은 무얼 하나 궁금해지는 것도 80년대 초반을 감수성 많은 나이로 보낸 사람들의 아날로그 감성이다.


어깨까지 내려오도록 기른 머리칼을 휘날리며 대학 학보 띠지를 접어 타 대학 친구에서 보내주던 정성도 되살아난다. 그 띠지 뒷면에 깨알같이 사연을 쓰고 때로는 연애편지로써의 메신저로도 활용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심지어 삐삐도 없던 시절의 통신수단이 학보 띠지 뒷면의 편지였다. 요즘은 대학에서 종이로 만든 학보나 발행하나 모르겠다. 대부분 온라인 학보를 만드는 쪽으로 전환을 했으려나?


아날로그라 함은 자기가 지나온 시간에 대한 과거의 사실이면 모든 것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chatGPT 시대를 맞아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겼었다!"라는 이야기가 전설이 되어버린 것과 같다. 알파고시대도 2016년이니 디지털시대임이 분명하지만 지금 보면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으로 다가온다.


'아날로그'라고 쓰고 '사람냄새'라고 읽는다. 휴대폰을 뚫어지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쳐다보며 교감하고 손가락 깍지 껴서 피가 안 통해 전기가 찌릿찌릿 올만큼 맞잡아야 한다. 그래서 감히 디지털로는 다 할 수 없는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가슴 뛰는 정과 사랑이 넘쳐나야 한다.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시공은 사람과 사람사이다. 세상 모든 것의 근원을 따라 들어가면 디지털의 세계와 만나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가 되어 이루어지는 게 삶이고 세상이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그대가 있고 내가 있기에 존재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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