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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22. 2020

그대를 선택했습니다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생명입니다. 선택은 예측을 기반으로 합니다. 예측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정보의 질이 탁월한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바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입니다. 나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음에도 불리할 것이라 판단되는 것은 받아들이지를 않습니다. 인지상정이라는 표현으로 미화되기도 합니다. 연인 간에 콩깍지가 씌워지는 현상 역시 '확증편향'의 전형입니다. 자기에게 의미 있는 정보 거나 특정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적 지각'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을 자신만의 독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바넘 효과'라는 것도 있습니다. 혈액형으로 알아보는 성격유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이렇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확대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기본적인 인간의 성향입니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보는 시각이 천차만별인 것이 맞긴 할 텐데 이런 시각들을 범주화하여 유형별로 구분 짓고 공통의 모양이라고 주장한다면 올바른 방향이 될까요? 어떤 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틀에 맞추기 위해 양보일 수 도 있고 자기주장을 포기해야 할 수 도 있습니다. 또한 비록 모자라고 안 맞을 수 있으나 그 범주에 들어가면 부풀려 보이는 보상을 받을 수 도 있습니다. 군집생활의 생명력을 위한 방편들의 단면입니다. 사회나 조직이 유지되고 기본 질서를 통해 통제되기 위해서 만들어진 'hegemony shift'입니다. 다수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법의 하나로 발전된 것입니다. 사회와 조직의 방향성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미래 군중의 생사를 좌우할 중요한 방향타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형성된 권역이 현재에 생존하며 좀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기 위해서 긍정의 공동 善이 작동을 해야 합니다. 부정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피해의식으로 주변을 돌아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수레의 방향이 순탄할 리 없으며 끌거나 미는 힘도 더욱 힘만 들뿐입니다.


스웨덴 출신 의사이자 TED 최고의 강사였던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이 유작으로 남긴 "Factfulness(사실 충실성)"이라는 책에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를 본능이라는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부정 본능(The Negativity Instinct),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비난 본능 등 10가지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10가지 본능 중 비난 본능을 보면 "우리는 뭔가 잘못되면 나쁜 사람이 나쁜 의도로 그랬으려니 생각한다"는 겁니다.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가 많다"라고 지적합니다. 인간의 사회적 본능에 대해 아주 적절한 서술입니다.

그런데 모든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이해하고 있는 일들이 왜 제대로 안 굴러갈까요? 사욕과 실리를 따지고 그 안에서도 우월하게 살아남기 위한 탐욕이 잠재하기 때문입니다. 군집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시지프스처럼 반복해야 할 숙명이자 운명일 것이며 영원한 물음일 것입니다. 여의도에서 매일 이전투구하는 국개들의 한심한 현실에 혀를 차기도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세상 누구를 앉혀놔도 결과는 비슷하다는 겁니다. 사회와 정치 시스템이 그렇게 밖에 안되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을 해왔습니다. 다양성과 복잡성이 내재되어 있지만 드러나는 것은 선택의 결과만 보입니다. 선택된 것만 남게 되고 나머지는 묻힙니다. 그렇게 사회의 진화가 진행되고, 되돌아보면 그것이 방향성을 갖는 것처럼 보입니다. 세상 산다는 것은 그렇게 선택의 진화를 걷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숨 쉬는 것조차, 밥 먹는 것조차, 출근하는 것조차 선택일 테니 말입니다.


선택은 자유의지의 다른 표현입니다. 선택을 해야 무엇이든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자유의지 이전에 생존에 있어 필수조건이 바로 선택이었습니다. 생명을 지닌 모든 것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결정지어져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선택으로 24시간을 채울까요? 힘을 내고 긍정의 방향으로 선택해야 함은 자명합니다. 제가 그대를 선택한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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