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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08. 2023

운동을 설계하기보단 습관을 설계하라

공부를 하든 사업을 하든 쉽게 포기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오죽하면 작심삼일이라는 말까지 있을까만은 어떤 일이든 꾸준히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쉽게 포기하는 이유가 뭘까?


머리 아프게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하는 공부나 사업을 들먹이며 포기한 이유를 댈 필요도 없다. 누구나 생각하지만 실천을 잘하지 못하는 건강문제 관련된 운동만 해도 그렇다.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잘 안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연초가 되면 한해의 운동스케줄과 다이어트 계획들을 꼼꼼히 세울 것이다.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기도 하고 혹시 혼자 운동하면 게을러져서 안 할까 봐 마라톤이나 자전거, 산행 동호회도 찾아서 가입도 한다. 심지어 백화점에 가서 운동복과 신발도 사고, '운동은 장비빨'이라고 이것저것 뽐내기 액세서리 같은 보조기구도 장만한다. 그렇게 몇 차례, 길면 한 두 달 정도 찾아다닌다. 그러다 회사일이 됐든 집안일이 됐든 일정이 겹쳐서 운동할 시간을 놓치게 되면 그 일이 운동과 멀어지게 하는 빌미가 된다.


한번 안 가기 시작하면 두 번 안 가기는 너무 쉽다. 이미 안 가봤기에 두 번째 안 가는 것은 죄책감도 안 든다. 심지어 운동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은 아예 없다. "무슨 운동 몇 번 안 했다고 죄책감까지?"라며 합리화를 해버린다. 이 생각이 들면 올 한 해의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올해도 벌써 2개월을 넘긴 3월에 접어들어 있는데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독한 놈"이라고 내뱉지만 내심 부러운 생각이 내재되어 있는 운동 포기자의 르상티망까지 작동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늦잠과 술자리 모임과 휴대폰 속의 짧은 동영상에 홀려버린 카우치맨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결국 연말이면 불어난 체중을 자책하고 또다시 운동 방법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후회 -> 비장한 재각오 -> 몇 차례의 운동 -> 포기(抛棄) -> 다시 후회의 반복 사이클을 그리게 된다.


포기의 한자 단어가 던질 포(抛) 버릴 기(棄) 자다. '하던 일이나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고 던져 버린다'는 뜻이다. 포기는 자포자기(自暴自棄)의 준말이 아니다. 자포자기의 포는 사나울 포자를 쓴다. 자포자기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중 하나를 말한다. 던질 포자가 행동의 현상을 의미한다면 사나울 포자는 던져진 현상을 넘어 한 차원 더 나아간 인간심리의 자존심조차 흔들리는 과정의 묘사가 포함되어 있다. 한자 단어가 표현해 내는 상징은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이유는 습관이 될 때까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습관은 자동반응이다. 습관을 들이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습관화가 되고 나면 노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된다. 비용 최소화의 법칙이 습관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을 설계할 것이 아니고 습관을 설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운동하는 것이 자동반응으로 될 수 있도록 하느냐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은 최소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가능해진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가능해지고 동작은 1만 번 이상 반복해서 연습을 해야 몸에 밴다고 한다. 이 습관의 시간싸움에 판판히 당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모습이다.


습관이 될 때까지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시간의 역치, 운동이라면 몸이 기억할 때까지 시간의 기간을 버텨내야 습관이 되는데 이 시간이 누적되어 역치의 끝을 넘어서기까지 반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역치를 넘긴 사람들을 '독한 놈'의 르상티망으로 덮는다. 그래야 버티지 못한 나를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습관의 자동반응은 호모 사피엔스가 농경을 시작하기도 전인 수렵생활을 하던 사냥에서 진화시킨 행동이다. 사냥은 성공확률이 가장 낮은 것 중의 하나로 도박과 똑같다. 사냥감을 추적해 조우했을 때 어떻게든 단 한 번에 창을 던지든 화살을 쏘든 맞춰야 한다.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사자도 사냥 성공확률이 15~30%밖에 안된다. 창과 화살이라는 도구를 쓰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사냥 확률은 지극히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기회가 오면 성공을 시켜야 한다. 화살을 조준하고 한 번에 맞추기 위해서는 호흡을 가다듬고 손떨림을 최소화하여 집중을 해야 한다. 이번에 실패하면 언제 또 사냥감을 만날지 알 수 없다. 호흡조절에 실패하면 화살의 정확도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 사냥행위의 습관을 만든 것이다. 이 사냥성공의 간절함이 습관을 만들었다.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 습관이 되어 자동반응으로 작동될 때까지 말이다. 세상에 쉽고 편하게 빨리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노력을 투여해야 한다. 습관이 될 때까지 해야 무너지지 않는다. 시작했는데 주춤거리고 있는 일들이 있는가? 한번 되돌아보고 다시 무장을 해야 한다. 신발끈을 조여매고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 봄날 흙냄새 나고 꽃향기도 어딘가에 숨어있을 듯한데 나가서 찾아야 한다. 그때서야 계절의 흐름을 읽게 되고 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운동을 시작했다면 습관이 될 때까지 버텨보고 공부를 시작했다면 합격을 하든 학위를 따든 버텨볼 일이고 새로운 사업 기획을 했다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꼼꼼히 다시 들여다보고 점검하는 일을 반복해 볼 일이다. 성공과 성취의 결과는 그 안에서 그려지는 그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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