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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20. 2023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데 못 벗겠다

출근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오셨나요? 


오늘부터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는데 마스크를 써야 되나 안 써도 되나 잠시 고민을 하다 안 쓰고 출근을 해보기로 합니다. 그래도 마스크는 챙겨서 주머니에 넣고 나옵니다. 혹시 바깥바람이 차기라도 하면 보온용으로 쓸 요량도 있고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옇다면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은 순위가 한참 뒤로 밀렸습니다.


전철역에 올라섭니다. 모두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전철역사에 들어와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동안 마스크 착용을 안 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나 혼자만 마스크를 안 하고 있습니다. 주머니에 있는 마스크에 손이 갑니다. 꺼내서 쓸까 말까 잠시 망설입니다. 그래도 버텨보기로 합니다.


전철이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출입문이 열립니다. 제가 타는 칸에도 역시 모두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반갑게도 마스크 안 쓴 젊은 청년 2명이 눈에 보입니다.


사람 습관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2년 5개월을 분신처럼 쓰고 있었으니 하루아침에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매일 아침 체크하던 코로나 감염자 숫자조차도 안 세기 시작한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 합니다. 지난 금요일 국내 코로나19 발생현황 자료를 다시 뒤져봅니다. 총 확진자 3,068만여 명, 금요일 하루 확진자 9,065명, 총 사망자 34,155명, 치명률 0.11%입니다. 대한민국 인구 중 2/3 정도가 코로나에 걸렸고 근래에는 감염자 숫자가 하루 1만 명도 채 안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제일 중요한 치명적 사망률과의 상관관계가 독감 수준으로 떨어져 있어 다행입니다. 코로나19에 걸려도 그냥 며칠 앓다가 낳는다는 겁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아픈 경중도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지나오면서 마스크는 코로나 확산을 늦추거나 방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음이 틀림없습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초에 겪었던 '마스크 대란'때는 약국 앞에서 줄 서서 기다려야 했고 그나마 살 수 있는 날짜와 개수까지 제한을 했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2년 반전 이야기입니다.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데 계속 쓰는 심리는 무엇일까요?


마스크를 벗었을 때와 효율과 썼을 때의 효율을 따져보게 됩니다. 벗었을 때의 효율을 따져보면 장점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계속 쓰고 있었기에 크게 불편할 줄 모르고 있을 정도로 습관화가 된 때문일 겁니다. 저는 마스크를 벗은 후 제일 좋은 때가 조깅할 때입니다. 10km를 한 시간여 뛰는데 마스크를 하고 뛰면 호흡조절이 어렵습니다. 또 어떤 효율성이 있을까요? 마스크를 안 쓰면 사람얼굴 알아보기가 쉽습니다. 마스크로 가리고 눈만 내놓고 있으니 누가 누구인지 추론을 해야 합니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니면 못 알아볼 때도 많습니다.


반면에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으면 장점도 만만치 않은 듯합니다. 제일 먼저 코로나 19의 감염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제일 클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난날들을 반추해 보면 마스크로 코와 입 호흡기를 완벽하게 가리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충 걸치고 다녔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타인으로부터의 전해지는 감염경로의 차단 목적이라기보다는 감염된 자기의 비말을 타인에게 전하지 않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것이 더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인구의 2/3가 감염되었던 전력이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계속 변형되고 진화를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감염되어 형성된 항체로 버틸만한 상태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제는 마스크의 실효성보다는 심리적 요인의 만족감으로 무의식 중에 착용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기본적인 파운데이션만으로 화장을 하고 마스크를 쓰고 가리면 되니 출근준비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마스크 미인'이라는 소리도 나옵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마스크 패션이 가져온 특별한 현상의 한 단면입니다.


오늘은 대중교통수단에서의 마스크 착용의무가 해제되는 첫날이기에 아직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고 안 쓴 사람의 모습이 더 어색하게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연스럽게 마스크 착용 비율이 줄어들겠지만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을 보입니다. 이제는 계절이 바뀌어 찬 바람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방한용으로의 기능은 떨어지겠지만, 황사 미세먼지로 부터의 호흡기 보호,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을 함께 고려하는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입니다.


이제 마스크는 꼭 써야 하는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감염 취약시설에서는 시설에서 마스크를 준비해 놓고 방문자나 이용자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는 쪽으로 바뀔 듯합니다. 마스크를 항상 소지하지 않아도 되도록 말입니다. 감염위험시설 방문할 때만 시설에서 제공한 마스크를 착용했다가 벗는 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겁니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강력 권고 사항입니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아예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감기증상이 있어 기침을 하거나 하면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하여 비말 확산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감기증상이 있으면 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당연하고요. 마스크를 쓰는 것은 밖의 감염원으로부터 차단을 목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혹시 모를 자기의 감염을 타인에게 전하지 않기 위한 배려입니다.


백신 접종 네 번을 하고 아직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저는 마스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더 고민스럽습니다. 그래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는 착용하는 게 맞겠지요? 오늘은 그냥 호기를 부려보느라 안 썼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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