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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06. 2023

약을 쓰지 말고 몸을 써라

이 놈의 사회가 정말 갈 데까지 간 모양이다.


아침 출근길, 사무실 입구에 쌓여있는 조간신문 더미에 눈을 놓는 순간, 조선일보 1면 톱 제목이 "갈 데까지 간 마약,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음회"다. 가슴이 덜컹한다. "국회에서 의원들이 연장 들고 출입문을 뜯었네", "정치판이 개판이네" 뭐 이딴 기사 정도에는 이제 면역이 되어서 놀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마약의 심각성이 유흥가를 넘어 못된 송아지들의 환각 파티를 파고들더니 이제 급기야 사회 전면으로 대놓고 퍼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오늘 기사의 내용은 "필로폰이 든 음료를 집중력 향상에 좋다며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고 구매의향을 묻기 위한 것이라며 부모의 전화번호를 받은 뒤 나중에 자녀들이 마약을 복용한 것 같다고 협박을 해서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사건"이다.


이런 사건을 기획한 놈들의 잔머리 정도야 그렇다고 쳐도 애당초 이런 기획을 생각하게 한 단초는 일당들이 필로폰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에서 시작한다. 필로폰 같은 고가의 마약이 잔챙이 약쟁이들의 일상 용품이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개인의 쾌감과 쾌락을 위한 수단이 아니고 타인을 협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을 만큼 흔하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인줄 알았다. 나름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막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온라인 구매와 택배와 같은 비대면 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연예인들의 마약성 의약품 복용 및 남용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그 세계는 그런 세상일 수 도 있다"라고 무시해 왔고 외면해 왔다. 모든 배우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배역에 따라 수많은 캘릭터에 몰입을 해야 하니 그럴 만도 하겠지라는 동정이 우선했다. 그러던 마약의 그림자가 이렇게 일반인들의 일상인 거리에 까지, 그것도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범인들을 능지처참하여 목을 장대에 효수하는 형벌을 부활해서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심정이다.

사실 청소년기를 위협하던 환각제들은 시대를 거듭해도 모양과 대상을 바꿔가며 존재했다. 나의 질풍노도시기였던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뽄드를 환각제로 사용했다. (내가 했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ㅠㅠ) 당시 중학생과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좀 놀았다는 일진 아이들은 어김없이 뽄드를 불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산 뽄드를 비닐봉지에 짜 넣고 그 냄새를 흡입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가장 값싼 환각제였다. 당시에도 사회문제가 되어 뽄드에 역겨운 냄새가 나는 물질을 첨가하여 흡입을 못하도록 조치를 했던 것 같다. 그러자 또 다른 물질로 눈을 돌린 것이 부탄가스였다. 이 역시 가스통에 역한 냄새를 첨가하여 아이들이 환각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당시에도 약국에서 파는 진통제인가 알약들을 많이 먹으면 환각증상을 일으킨다고 하여 사용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쾌감과 환락을 쫒는 사람들의 행각은 어느 시기에나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인간 본성을 약물이나 마약을 이용해 달성하고자 하는 욕망을 사회는 제재를 해왔다. 환각이 주는 병폐와 그로 인해 피폐화되어 가는 심성의 타락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마약으로 인한 환각은 점점 더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중독의 집착이 벌어진다. 조금 더 세게, 조금 더 많이 해야 지난번보다 조금 더 환상적인 환각이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것조차 착각이지만 브레인은 그 착각을 계속 스파이럴 시키도록 조작을 한다. 한번 중독되면 벗어날 수 없다. 마약과 도박이 같은 쾌감 중추를 자극하기에 그렇다. 손모가지를 잘라도 발가락으로 화투장을 잡는다고 하지 않던가?


즐거움, 쾌락, 환상, 환각 모두 브레인의 정신작용이다. 특히 인간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즐거움과 쾌락을 좇는 일이다. 그렇지만 어떠한 방법과 수단으로 즐거움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는 자명하다. 마약을 통해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쉬운 만큼 쾌감의 강도를 계속 높여야 하는 중독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딱 한 번만 해보고"라고 하지만 딱 한 번이 폭주 기관차가 된다. 쾌감의 환상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최고의 중독은 운동이다. 마라톤이 그렇고 대부분의 운동을 통해 몸의 균형과 정신 건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익스트림 스포츠에 발을 들일 수 도 있다. 세상에 몸 편하고 쉽고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약이 아니고 몸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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