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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13. 2023

황사와 미세먼지가 마스크를 다시 쓰게 한다

아침 6시 20분 출근길.

집을 나서 전철역사로 들어선다. 선로 위를 가로지르는 통로를 걸어 플랫폼으로 내려가야 한다. 오늘의 해 뜨는 시각은 정각 6시다. 이미 20분이 지난 시간이라 온 천지가 밝음의 세계로 들어서 있다. 해가 동녘 산기슭을 넘어 둥근 모양새를 뽐내기 시작할 시간이다. 유리벽 통로를 지나며 저 멀리 산너머 떠오른 태양이 보인다. 그런데 둥근 가로등 불빛이 꺼지지 않은 채 있는 줄 알았다. 붉은 태양이 아니고 할로겐 조명등처럼 흰색에 가까운 은은한 노란색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태양뿐만이 아니다. 멀리 산허리에 피어있을 노랗고 흰색 꽃들과 연초록 잎들의 색의 조화가 온통 회색칠로 획일화되어 보인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뒤섞여 수채화를 수묵화로 바꾸어놓고 있는 것이다.


문득 주머니를 뒤적거려 마스크를 찾는다. 앗차! 마스크를 안 쓰기 시작한 지 꽤 되었다. 백팩에는 비상용으로 몇 개 넣어놨는데 꺼내 쓸까 하다가 그냥 손길을 접는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은 미세먼지의 위세가 덜 한 듯해서다.

그렇게 사무실에 도착해서 그런지 목이 칼칼한 듯하고 코도 맹맹하고 눈도 뻑뻑한 것 같다. 일단 핑계를 삼아 원인 제공의 범인을 지목해 놓는다. 포트에 물을 끓이고 거름망에 찻잎을 덜어 넣고 차 한 잔을 준비한다. 미세먼지로 오염되었을 목구멍으로 차 한 모금 넘기며 씻어낸다.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를 벗은 지 얼마 되었다고 자연은 다시 마스크를 쓰게 만든다. 아니 인간이 만든 미세먼지가 그 안에 포함되어 스스로 마스크에 갇혀버리는 형국이다. 쿠부치와 몽골 사막에서 발원하는 황사가 한반도에까지 도달하는 자연 현상이야 어쩔 수 없는 지구표층의 환경이라고 한다면 미세먼지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인위적 오염이다. 전기를 만드느라 화석연료를 때서 그렇고 편하고 빨리 움직이고자 자동차를 끌고 나와서 그렇다. 안 쓰고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지라 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되어버렸다. 


전기자동차를 타면 그나마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고? 아직은 이 또한 착각이다. 전기자동차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도 용량을 늘려야 한다. 아직은 화석연료를 땔 수밖에 없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의 효율성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또한 고무 타이어가 닳아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및 환경오염은 아예 고려대상도 아닌 게 현실이다. 전기자동차는 제로백에 도달하는 가속력이 강력해서 타이어 마모가 크다. 배터리 때문에 차량 자체 무게도 무겁다. 그래서 전기자동차는 타이어 휠이 강화된 전용 타이어가 따로 있다. 겉으로는 친환경인 듯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한쪽을 잘 보이려 한쪽을 가리는 꼴이다.

결국 21세기에도 '환경 천수답'으로 살고 있다. 비가 내려주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수준이고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도하는 정도다. 고대 농경사회 제사장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황사와 미세먼지를 비와 바람으로 쓸어서 바다로 몰어넣고 대기로 흩뿌리는 몰상식의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황사는 농사를 짓는데 유리한 측면도 있다. 황사는 알칼리성을 띤 석회, 마그네슘등이 함유된 흙먼지 인지라 산성비를 중화시키는 역할도 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황사는 산성 토양이 많은 우리나라 농지에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기도 한다. 문제는 황사가 중국대륙을 건너오면서 중국발 중금속이 섞여 들어오고 있다는 데 있다.

 

할 수 없다. 당분간 마스크를 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콧구멍에 새끼손가락을 넣어 황사와 미세먼지가 들어와 쌓인 코딱지를 파내본다. 코털과 콧물로 그나마 걸려내 주어 폐로 가는 걸 막아주고 있는 신체에 감사를 표할 일이다. 마스크를 써서 콧구멍이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여줘야겠다. 그래야 코딱지를 덜 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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