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Apr 21. 2023

게을러지는 운동에 대한 반성

지난해 11월 말 동네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고 다녔으니 5개월째다. 4개월에 걸쳐 개인 PT를 한 달에 10회씩 총 30회를 무난히 거쳐왔다. 나름 저녁식사 약속이 없는 날과 주말에도 가서 트레드밀 5km를 35분 정도에 뛰는 유산소 운동을 하고 PT를 통한 근력운동을 40분 정도 했다. 한 달에 대략 20일 정도는 가고 있는 듯하다.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갑상선 한쪽을 적출한 이후 체중이 살살 증가하는 것을 눈치챈 이후였다. 지난해 9월부터 주치의의 권유로 갑상선호르몬제 복용을 아예 끊은 이후다. 당시에는 연말에 정밀검사를 다시 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호르몬제 복용을 중단해 보자는 시험적 성격이 강했다. 끊어보고 잘 적응하면 계속 복용중단을 하고 그렇지 않고 적응 효율이 떨어진다는 수치결과가 나오면 다시 복용을 재개한다는 전제가 따라붙었다.


호르몬제 복용을 끊고 나서 그런지 그때부터 체중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며칠 만에 훅 느는 것도 아니다. 내 평생 체중이 70Kg을 넘긴 적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숫자 70을 넘더니 71, 72을 향하여 가고 있었다. 평소 조깅도 하고 집에서 요가메트 깔고 스트레칭도 하고 하여 체중은 거의 일정하게 57-69kg 사이에 있었는데 한번 앞자리에 7자를 보이더니 6자로 내려오지를 않았다. 매일 아침 샤워할 때마다 체중계에 올라서는데 9월부터 연말까지 3개월 동안 6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계속 앞자리는 7자에 고정되어 있었고 뒤의 숫자도 점점 높아져갔다. 체중증가는 이른바 갑상선저하증 증상의 하나였던 것이다.


생명에 경고 사인을 받아야 화들짝 놀라고 충격을 받아야 움직이게 된다. 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려야 겨우 운동화 끈을 조이는 것이다.


5개월째 접어든 피트니스센터 운동의 결과는 만족하는 수준이다. 체중은 오늘 아침이 69.3Kg이다. 어제 68.7kg이었는데 조금 늘었다. 그래도 4개월 동안 3kg을 감량을 한 셈이다. 체중이야 먹는 식단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는 것도 안다. 체중의 변화가 크게 없지만 근력운동으로 똥배가 많이 빠진 것은 눈에 확 뜨인다. 바지를 입으면 2인치 정도는 줄어든 듯하다. 평소에 청바지를 입을 때는 벨트를 안 했는데 바지가 내려가 벨트를 매야할 정도니 많이 줄긴 줄었다. 어깨도 벌어져 넓어 보인다는 착각은 덤으로 있으니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

그런데 개인 PT도 끝나고 나니 강제성이 확 떨어져서 그런지 자꾸 피트니스센터에 안 가고자 하는 핑계를 만드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이번주만 해도 일요일에 갔다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건너뛰고 어제 갔으니 4일 만이다. 핑계는 수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잡은 골프 약속이다. 잘 쳐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골프 가기 2-3일 전에는 심한 운동은 자제를 하여 컨디션을 조절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그런 핑계를 대며 컨디션 조절을 했음에도 골프 결과는 89타나 치는 참패를 하고 왔다. 핑계는 핑계일 뿐. 운동도 못하고 골프 스코어도 형편없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어떻게든 피트니스센터에 안 가려고 하는 이유를 찾는다. 저녁 식사 약속이 없는 날에도 집으로 가다가 괜히 친구에게 전화해 본다. "저녁 약속 없냐? 날씨도 꾸물꾸물한데 막걸리 한잔 할래?" 나는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그렇다. 저녁식사 번개 약속도 무산되고 집에 가는 전철에서도 오늘 저녁은 피트니스센터에 안 가도 되는 이유가 없을지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줌 강의가 있을 텐데 오늘 아닌가?" 하다못해 "라커룸에 있는 운동화를 가져다 세탁을 맡기고 오늘은 쉴까?" 뭐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런 황당한 요령과 핑계는 왜 생기는 걸까?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던 초심을 잃은 이유가 멀까? 체중 2-3kg 줄이고 뱃살 좀 뺐다고 벌써 자만하고 있는 것일까? 이 정도는 한 2주일 정도 운동을 안 하면 요요현상으로 바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면서도 운동을 안 가고자 하는 핑계를 계속 찾고 있는 원인은 멀까?


일단은 목표가 희미해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중의 앞자리를 6자리로 줄인 이후에 운동을 하는 목표가 약해진 듯하다. 목표가 없으면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달성하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지면 만사가 재미 없어진다. 트레드밀을 뛰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내가 지금 왜 이 무미건조한 기계 위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뛰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바로 스위치를 끄게 된다. 벤치프레스를 하다가도 팔에 조금 무리가 오는 듯하면 그냥 중단한다. 5세트는 해야 근육에 긴장감도 강화되고 할 텐데 거기까지 하기에는 근육에 무리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냥 3세트 정도만 하고 그만둔다. 근력을 향상하는 운동이 아니고 근육을 피로하게 만드는 노동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하는 재미는 더욱 없다. 운동이 노동이 됐으니 재미있을 턱이 없다.


다시 운동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각오를 다시 다져야 한다. 그렇다고 근육 빵빵, 빨래판 복근을 보이는 프로필 사진 찍는 것을 목표로 삼는 무모함은 삼가야 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덤벨의 무게와 펜치프레스의 부하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선회를 해야겠다. 5km 뛰던 것을 10km 뛰는 것으로 유산소 운동거리를 늘려 잡아야겠다. 게을러질 때마다 채찍질하는 것은 무조건 나서야 하는 행동이다. 무조건 움직인다. 무조건 집을 나선다. 무조건 뛰고 무조건 든다. 소파에 앉아있는 시간만큼 내 운명의 시계는 더 빨리 돌게 된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그래야 화들짝 일어나 피트니스센터로 가게 된다. 


암이라는 선고를 받았던 내가 이 정도로 운동에 게을러지고 있는데 건강에 별다른 자극을 받지 않은 사람이 운동을 계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일까? 나이 들어 똥배 안 나오고 날씬한 사람은 박사학위 3개 이상 받는 것보다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건강이 삶의 모든 것이라는 것은 몸소 체험해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남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작가의 이전글 종이신문을 뒤쪽에서 앞으로 읽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