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무 글도 없는 백지가 더 많은 것을 전할 때도 있습니다.
"왜 아무 글도 남기지 않았을까?" "오늘 아침은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는가 보군" "이제 글 소재가 바닥난 모양이지" "쉬고 싶을 때도 있겠지 뭐" 등등
백지를 받아 본 사람의 심리로, 빈 종이에 글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무궁무진한 소재의 글들이 파노라마처럼 엮어집니다. 내일 아침에는 백지가 총천연색의 그림으로 환생해 있을까요? 지금 밖의 비 내리는 풍경처럼 비안개가 몽실거리는 수묵화로 그려져 있을까요?
글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아무런 말과 글 없이 전해지는 교감도 소통의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오히려 백지가 전하는 담백함이 있고 차분함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게으름의 변명으로 빈 백지를 보냅니다.
그대가 채워주시길 은근히 바라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