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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06. 2020

숨어있을 벌과 나비를 찾아

5월은 꽃의 계절입니다. 온 산하에 이 계절의 시간에 맞는 꽃들이 만개를 하고 있습니다. 벚꽃이 진 자리에 철쭉이 피고 아카시아 꽃도 피고 있습니다. 자연의 생명은 이렇게 꽃의 아름다움으로 채색된 색깔에 눈멀고 꽃이 전하는 향기에 취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이 꽃의 자태는 자연을 넘어 소셜 네트워크라는 인공 매개체 안에도 넘쳐나 시각의 영역을 넓히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바로 자연에도 때가 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이때가 아니면 결코 보지 못하고 음미하지 못하는 그런 것입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연으로 달려갈 일입니다. 지나온 긴 연휴가 아쉬워 뒤돌아봅니다. 자연을 눈에, 가슴에, 마음에 담아 놓았는지 되짚어 봅니다. 


아니 올해의 자연에는 어떤 꽃들이 장식되어 있는지 한번 살펴보러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먼 곳의 자연 속에 묻혀보는 것도 좋겠으나 아파트 뜰앞 양지 녘에 자라는 이름 모를 풀꽃이라도 세심하게 살펴볼 일입니다. 결국 세심함과 디테일이 자연을 느끼고 합일하는 근원입니다. 온 신경을 초록의 잎과 화사한 꽃으로 집중해볼 일입니다. 

그런데 꽃이 만발하는 계절에 빠진 것이 있는 듯합니다. 아니 있는데 눈에 안 보이고 안 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지의 온갖 식물들은 개화의 절정을 통해 유전자 번식의 시간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꽃들만 화려한 것은 아닌지요. 그 화려함을 퍼뜨려줄 매개체가 잘 보이질 않습니다. 꽃들의 아름다움에 반해 달려들어 수술과 암술의 짝을 지워줄 나비와 벌들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혹시 벌과 나비를 이 계절에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꽃들은 화려했지만 화려하기만 했습니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꽃들이 더욱 색깔을 짙게 하고 화려 해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수정의 기회를 제공할 매개체 개체수가 줄어듬을 눈치챈 꽃들이 나비와 벌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색깔을 더욱 짙게 하고 꽃잎은 더욱 키워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챌 것 같습니다. 꽃들의 색깔 심도를 분석해서 번식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 볼만한 일입니다. 아니면 혹시 더 넓은 세상으로 유전자를 퍼트리지 못하는 꽃들은 내년에는 꽃을 피우지 않거나 꽃 피우는 시기를 늦출지도 모릅니다. 꽃 피우는 시기를 조절했던 나무들은 화려해봐야 더 이상 나비와 벌들의 관심을 사지 못하는데 굳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바쁘게 꽃부터 피워낼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따뜻한 바람이 불면 잎사귀 먼저 내보내고 에너지를 축적한 다음에 벌과 나비가 아니더라도 수정을 도와줄 수 있는 곤충이라도 많은 시기에 꽃을 피워도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태계의 기초 동물군이 사라져 가면 자연의 순환 사이클이 무너져 환경재앙은 걷잡을 수 없이 변해갈 것입니다. 올해는 나비와 벌들이 다 어디 갔을까요. 서울 도심에 살아서 못 보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안도의 숨을 쉬어도 되겠습니다. 도심의 공해에서 벗어난 시골의 자연에 꽁꽁 숨어 있다가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오를까요? 배추흰나비의 날갯짓과 벌의 웅웅 거리는 비행 소리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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