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Jul 04. 2023

선블락크림은 얼마나 바르는 게 좋을까?

오늘 저녁부터는 장맛비가 북상하여 서울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전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습도가 85% 가까이 다가서서 끈적한 기온을 만듭니다. 이 아침에도 해는 안개 너머 속에서도 존재를 과시하며 더운 하루를 예고합니다.


출근길. 평소보다 5분 일찍 나서 걸음걸이를 천천히 합니다. 신체 에너지 사용을 느리게 하면 그만큼 땀도 덜 날거란 계산입니다. 예상은 적중하여 전철역까지 10분여를 걸으니 셔츠가 젖지 않고 뽀송한 상태로 도착을 했습니다. 그래도 백팩을 멘 오른쪽 겨드랑이는 땀의 영향권을 벗어나질 못합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이른 아침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난 듯합니다. 빈좌석은 당연히 없고 서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제법 빽빽합니다. 서있는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손잡이를 잡고 서는 순간, 앞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얼굴에 온통 하얀 가부키 분장을 한 사람이 앉아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자외선차단제를 발랐는데 얼굴과 목에 하얗게 도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얼굴이 온통 하얗게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경우는 골프장에서나 종종 목격되는 현상인데 이렇게 출근길에 마주하니 조금 민망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바깥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한여름 자외선 차단제 사용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가부키 차단제를 바른 사람은 복장을 보건대 바깥 활동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청바지에 니트 차림이었고 파우치를 끼고 있습니다. 여러 외모상으로는 40대 초중반정도 보입니다. 외모 및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쓸 나이인가요? 이유가 있겠지요. 자외선에 남달리 예민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려니 하는데도 서있는 앞자리에 앉아있으니 가부키 화장을 한 듯한 얼굴이 전절에서 내릴 때까지 계속 시선을 붙잡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어떤 성분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피부에 보호막을 발라서 자외선을 반사시켜 차단하는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가 있고 피부에 흡수된 자외선 에너지를 화학적 차단제와 반응하게 하여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피부 손상을 방지하는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가 있습니다. 선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되는 것은 주로 징크옥사이드나 타이타늄디옥사이드의 물리적 성분이 함유된 선크림을 사용한 때문입니다. 골프장 파우더룸에 비치된 선크림의 대부분 제품들이 이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입니다. 제품별로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골프장에서 모든 내장객들에게 사용하라고 내놓은 것이니 골프장 나름이겠지만 비싼 제품보다는 대중적인 제품을 비치해 놓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온통 가부키 분장을 한 골퍼들이 녹색의 필드를 반나절씩 누비게 합니다.


한여름 햇살이 뜨거운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안 바르는 것보다는 피부보호에 당연히 좋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효과를 보려면 사실 허옇게 보일 정도로 떡칠하는 게 맞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거북하게 할지언정 자신의 피부보호를 위해서는 그렇게 바르는 게 맞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골프장이나 운동장, 직업상 야외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가부키 분장 수준 정도로 선블락 크림을 발라도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정도의 햇빛노출을 막기 위해서까지는 아닌 듯합니다. 

이럴 경우는 사람이 센스가 없다고 해야 하나요? 적재적소에 내가 위치한 좌표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할 것인지는 밖에서의 활동시간 및 장소에 따라 달리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샵에서 여러 종류의 자외선 차단제를 샘플링해 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자기에게 맞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자외선 차단제를 자신의 피부에 맞게 선별해서 사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합니다. 누군가 선물을 해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거나 쓴다는 겁니다. 그나마 자외선차단제 포장 겉면에 있는 자외선 차단지수인 SPF(Sun protection factor) 숫자와 그 뒤에 따라 +++ 개수라도 구분하면 다행입니다. 어떤 성분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인지를 확인하는 관심도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하와이의 경우는 2021년부터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함유된 선크림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매년 6,000~14,000톤에 달하는 선크림이 산호초로 흘러 들어가서 산호를 하얗게 죽이는 백화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미 하와이의 빅아일랜드는 산호초 56%가 백화현상으로 멸종위기에 몰리는 심각한 상황이랍니다. 하와이 오하우섬에서 스노클링 명소로 유명한 하나우마베이만 해도 입장할 때 '물리적 자외선차단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하나우마베이를 가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합니다. 입장료도 무려 1인당 25달러나 합니다. 혹시나 이번 여름에 하와이로 휴가를 계획하고 계시다면 선블락 크림은 하와이에 가서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와이에서는 이들 성분이 안 들어간 산호초 보호 선블락 크림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coral free 자외선 차단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선크림 성분을 가지고 규제하거나 하는 경우는 없는 듯합니다. 산호초 바다가 제주나 남해 일부지역을 빼고는 없어서 그런 이유가 있기도 한 듯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곧 해수욕장에서의 선크림 사용에 대한 바다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거나 하면 바다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겠지요. 내 피부를 보호한다는 생각만 하느라 자연의 피부와 환경까지는 아직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하여 안타깝기도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차가운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이 더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