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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19. 2023

특별함에 대한 추천

미식가들에게는 맛집 추천을 부탁하고 여행가들에게는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굳이 미식가나 여행가에게 물을 필요도 없다. 가까운 친구나 지인 찬스를 활용하면 맛집과 가볼 만한 곳들이 쏟아진다. 아니 지인에게 물을 것도 없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단어 입력만 해도 슬롯머신 잭팟 터지듯 튀어나온다.


나에게 주로 물어보는 사람들의 추천 품목은 여행지나 책, 시청 근처의 맛집들이다. 사람에 대한 범주화다. 직업이 그렇고 평소 관심이 그렇고 근무하는 지역이 그곳이니 그것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많이 자세히 알 것이란 예측을 하고 그 범위에 해당하는 질문을 던져오는 것이다.


이런 추천 질문을 받는 당사자는 어떨까? 받는 즉시 고민에 빠진다. 어떤 맛집, 어떤 여행지를 알려주어야 할지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맛집의 경우는 음식 종류별로 나열하게 된다. 여름철 콩국수는 진주회관이고 냉면은 강서면옥이고 족발은 만족오향족발이고 해장용 홍콩식 우육탕면은 오한수우육면가를 가보라고 추천한다. 한식을 원하는지 중식이나 일식을 필요로 하는지, 인원에 따른 룸이 필요한지도 식당을 추천하는 기본 요건이지만 대부분 맛집 추천은 음식 맛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맛집 추천은 여러 조건들이 어우러진 종합적 현상으로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맛이 기본이다. 하지만 맛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나에게 맛있다고 느껴진 음식이 타인에게도 맛있을 거란 평가는 착각일 뿐이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집이 맛집이다. 오히려 추천이 많다고 하는 집은 보편적 맛을 내는 식당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이 많은 식당을 가면 맛에 있어서는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맛이란 것이 아주 오묘하여 미묘한 조미료 하나 넣고 안 넣고의 차이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진다. 식당 장인들의 오랜 노력으로 만들어내는 육수의 비법에 따라서도 같은 김치찌개도 맛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여행지 추천 부탁에 대한 답변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름휴가를 맞아 휴양으로 편히 쉴 곳을 찾는 것인지, 역사 문화를 배우고 느낄 곳을 찾는 것인지, 놀라운 자연풍광이 보고 싶은 것인지, 가족여행이라면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는 교육적 현장을 보여주고 싶은 곳을 찾는지, 아니면 자연도 보고 역사유적지 관광도 하고 맛집도 찾아가는 복합적 여행지를 묻는 것인지, 계획하고 있는 여행 일정과 비용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여행지를 추천하게 된다.


바로 맛집이든 여행지든 조건에 맞는 곳을 찾아야 하고 이 추천에는 반드시 '특별함'이 숨어 있어야 한다. 추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맛집이면 맛이 특별해야 하고 여행지면 풍광이든 뭐든 특별하고 달라야 한다. 특별하다(special, particular, extraordinary)는 것은 다름이다. 다르지 않은 것은 자극을 주지 못하고 관심을 끌지 못한다. 특별한 것, 눈에 띄는 것, 그래서 남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가보지 못한 곳이어야 한다. 특별하고 다른 것에 대한 시선의 집중은 인간 본성에 기인한다. 생존본능이 미학으로 진화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 특별함조차 상대적이다. 나의 일상이 타인에겐 특별함이고 타인의 일상이 나에겐 특별함이 된다.  반대로 나에겐 특별한 것이 타인에겐 특별한 것이 아닐 수 도 있다. 특별함을 원해서 추천을 요청하지만 나의 일상을 알려주면 그것이 곧 특별함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별히 특별함을 위해 찾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일 수 도 있다.


"뭐야? 추천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라고 윽박질러도 할 수 없다. 추천이라는 것이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경험한 것, 내가 가본 곳들에 대한 있는 그대로를 알려주면 된다. 추천 요청을 받았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추천을 요청할 때는 여러 변수들을 최대한 줄여 의사결정을 빨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적재적소 타이밍에 가장 강력한 곳을 알려주는 눈치도 추천자의 요령일 수 있다. 안 먹어봤고 못 가봤기에 추천자의 말 한마디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추천에는 신뢰라는 항목도 한 몫한다. 미식가, 여행가에게 추천을 의뢰하는 것은 전문성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요즘은 알고리즘이 계속 온라인 화면을 따라다니며 추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말이다.


추천은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행위다. 맛있는 것 나눠먹고 좋은 곳은 서로 가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여름휴가 갈 곳을 추천받아 여행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 중이다. 그림과 건축물과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도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알아야 보이고 보여야 알 수 있다. 추천은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지름길이다.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타임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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