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의 긴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흔치 않은 긴 연휴인지라 멀리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도 계실 테고 차례상 차리고 성묘 다녀오며 정체성을 확인하고 오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아니 저처럼 집에서 아무 일 안 하고 뒹굴뒹굴 보내신 분들도 간혹 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며 보냈든 6일간의 휴식은 나름 큰 역할을 했음이 틀림없습니다.
멀리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에게는 생경한 풍광이 주는 가슴 떨림으로 보냈을 것이고 일가친척이 모여 고스톱으로 화기애애한 가족애를 살리셨다면 이보다 더 좋은 명절 연휴는 없을 것입니다. 허송세월하듯이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보내며 아무 스트레스 없이 보냈다면 이 또한 오늘을 위한 충전이었을 테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휴식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똑같은 시간은 저마다의 의미로 기억으로 남고 추억으로 쌓이고 내일을 위한 원기소로 작동할 겁니다.
일상을 벗어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동기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난 자극'은 '돌아올 것'을 전제로 했을 때만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일상으로 회귀하지 못하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니고 놀아도 노는 게 아닌 게 되어버립니다. 계속 여행을 다니고 계속 집에서 빈둥거린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고 휴식이 아닙니다. 방랑이고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물론 '일상'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옵니다. 각자의 일상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일상이 나의 일상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저처럼 월급쟁이인 사람에게는 지금 누리고 있는 일상,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하고 옷을 챙겨 입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 이것이 곧 살아있고, 살아간다는 가치를 부여하는 어마어마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6일이나 쉬었다고 출근시간에 맞춰 울려대는 휴대폰 알람소리가 잠시 귀찮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알람을 끄고 잠시 더 누워있고 싶고 1시간만 더 자고 싶은 생각이 팔다리의 근육들을 붙잡고 있는 시간. 1초, 2초, 3초,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가 운명처럼 들리기 시작하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함을 압니다. 칫솔을 물고 베란다에 나가 아직 어둠이 지배한 아파트 뜰을 내려다봅니다. 연휴 끝이라 그런지 불 켜진 집들이 많지 않고 듬성듬성 불빛이 새어 나와 테트리스 빈자리를 보여주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정신이 맑아집니다. 이렇게 다시 일상이 돌아옵니다.
일상은 잡념이 사리진 자리입니다. 체화되어 그냥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그것을 일상이리고 합니다. 일상은 반복되어 에너지를 최소화시킨 것입니다.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편하게 느껴집니다. 아무 생각 없어도 하던 데로 하면 되는 것, 그것이 일상이 됩니다.
이 일상(日常 ; daily routine)을 잠시 놓아 반복의 굴레를 끊어보는 일, 그것을 휴가(休暇 ; vacation)라고 합니다. 휴가의 가 자는 틈 가 자입니다. 날일(日) 변에 빌릴 가(叚) 자로, 날을 빌려 틈을 낸다는 것이므로 휴가는 날을 빌려 쉰다는 뜻입니다. 일상이라는 날에 틈을 내는 일, 휴가는 그렇게 일상을 전제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엄밀한 의미를 갖습니다. 휴가와 연휴의 방점은 쉬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일상에 있었던 것입니다. 일상을 더욱 일상답게 만들고 일상을 더욱 살만하게 만드는 작업, 그 전제조건으로 쉰다는 것이 중간에 고춧가루처럼 끼어있는 상황이 휴가이고 연휴였던 것입니다.
어떻게, 연휴를 보내고 맞이하는 일상에 힘을 실을 활력이 느껴지시나요? 쉰만큼의 에너지를 일상에 돌려놓을 수 있을 것 같으신가요?
긴 연휴 뒤라 일상의 루틴을 다시 찾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살짝 그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일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편안함을 줍니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돌아와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 그 안에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소소한 듯 하지만 그 안에 행복이 있습니다. 웃음으로 맞이하고 손잡음으로써 힘을 싣게 됩니다. 산다는 일상은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잘 돌아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