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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09. 2023

꿈은 해몽의 대상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하죠? 어떠십니까? 지난밤은 잘 주무셨습니까? 아직 젊어서 잘 모르겠다고요? 더 자고 싶으시다고요? 그렇다면 건강하신 겁니다. 피곤해서 더 자고 싶으시다고요? ㅠㅠ


나이가 들면 여러모로 신체기능도 떨어지고 호르몬의 변화로 인하여 한 두 차례 깨어 화장실도 다녀오고 한답니다. 저는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긴 합니다 흠~~ 흠


저는 머리만 땅에 대면 자는 스타일입니다. 잠이 안 온다고 늦게까지 뒤척이거나 해 본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커피를 많이 마신 날에는 잠들기 힘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런 사례도 별로 없습니다. 하루 잠을 자는 시간이 대략 5시간 반 ~6시간 정도 됩니다. 저녁 11시 반 정도에 잠을 청합니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도 휴대폰 숏폼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보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날 때도 있습니다. 안 본다 안 본다 하면서도 짧은 동영상에 빠져 계속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잠자기 전, 휴대폰 동영상 보는 행위가 잠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휴대폰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대략 12시쯤 휴대폰을 놓고 잠을 청하면 거의 바로 잠에 빠집니다. 잠귀가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만 잠을 자면 새벽 5시 반 기상할 때까지 거의 깨지 않습니다. 새벽 5시 반 기상은 직장생활 35년 동안 평생 해온 루틴입니다.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워서 출근하지 않는 휴일에 휴대폰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어김없이 이 시간대가 되면 눈이 떠집니다. 그러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지 하고 다시 잠을 청할 때의 그 기분과 그래서 1시간여 더 자게 되는 잠은 정말 꿀맛입니다.


뭐 우스갯소리로 잠이 줄어드는 이유가 죽을 때가 가까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살 날보다 죽을 때가 더 가까워서 잠자는 것조차 아깝기 때문이라는 희화적 표현이지만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잠을 잘 자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모두들 체험적으로 알고 있을 겁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잠을 설치고 나면 하루가 흐리멍덩해집니다.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생명현상은 지구적 현상이기에 그렇습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긴 낮과 밤의 시간 중에 밤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자연진화의 산물이 잠의 형태로 등장했습니다. 낮과 밤의 시간을 거꾸로 사는 야행성 동물도 동굴로 들어가든 땅속으로 들어가든 어떻게든 낮에는 잠을 잡니다. 먹이사냥을 해서 생존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낮과 밤을 바꿔 활동하는 것이 유리하다면 그 환경에 맞춰 하루의 루틴을 맞추는 현명한 진화를 했던 것입니다.

지구의 자전이 만든 현상 중에 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밤에 잠을 자다 깨어나 기억되는 것들을 꿈이라고 뭉뚱그리지만 사실 꿈은 행성 지구에서 생명 현상이 진화하는 기억 진화의 한 형태입니다.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진 파충류 이상 동물들은 지구의 자전으로 인하여 생기는 하루의 절반인 밤의 세계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밤은 낮과 달리 시각을 거의 작동시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사용하지 않으면 그 기능이 떨어져 퇴화됩니다. 특히 브레인은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이 극심한 곳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용도로 재활용됩니다. 그래서 밤에 시각을 활용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잠을 자는 동안 꿈이라는 시각적 이미지 활동을 통해 시각영역이 줄어들지 않도록 방어하는 능력을 개발해 낸 것입니다.


꿈은 프로이트가 말한 해몽의 대상도 아니고 억눌리고 숨기고 싶었던 것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현상도 아닙니다. 꿈은 기억의 진화적 책략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낮 동안에 시각적으로 보는 바깥세상의 배경은 나의 의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바깥 대상은 그냥 그대로 있는 존재 자체입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밤에 꾸는 꿈의 세계에는 배경조차 내가 만들어냅니다. 그 안에 자기의 존재가 투사됩니다. 무대 배경도 만들고 무대의 주인공도 자기가 만들어 등장시킵니다. 무대의 배경은 브레인 기억창고와 기억사전의 모든 서랍을 열어 만듭니다. 그래서 최고의 창조적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시각적 공간이 됩니다. 하늘을 날고 바닷속을 끝없이 헤엄칩니다. 시각적 신경가소성이 줄어드는 것을 막고자 펼치는 연극입니다. 꿈의 주인공은 항상 자기 자신입니다. 내가 꾸는 꿈이기에 당연합니다.


꿈조차 지구 자전 현상에서 밤의 시간 동안 줄어드는 신경 가소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깨닫고 나면 지구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지, 지구표층에 생명으로 살고 있는 무수한 존재들이 얼마나 경이로운 현상인지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생명 진화의 현장은 가상세계인 꿈까지도 만들어냈습니다. 꿈을 해몽하여 인간적 의견을 가져다 붙였던 무지의 착각에 부끄러울 뿐입니다. 지난밤 꿈에 용꿈 꾸었다고 로또 복권사서 행운을 기대하는 수많은 범인들의 망상을 한 순간에 깨는 일일지라도, 알고 사면 로또도 일주일을 당첨의 기대 속에서 마음을 들뜨게 하고 편하게 하는 방편 정도로 만족하면 충분할 것입니다. 오늘 밤이 기대됩니다. 어떤 꿈들이 머릿속을 휘잡고 다닐지 말입니다. 혹시 꿈속에서 그대를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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