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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21. 2020

우리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침 공기의 맞닿음이 상쾌함을 지나 춥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휴대폰에 찍혀 나오는 아침 온도를 체크합니다. 영상 8도(아침 5시 반 온도입니다)입니다. 어제보다도 2도 정도 낮습니다. 어제 아침 조깅할 때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나섰다가 추워서 속도를 빨리 한 경험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긴 바지에 운동용 외투도 걸치고 출발을 했습니다. 


하늘과 햇살은 청명한데 바람까지 소소하게 불어 마치 어느 가을날의 쓸쓸함이 뒤따라오는 듯했습니다. 늦봄의 어느 한 날을 느끼는 감정에 왜 가을의 한 구석이 떠오를까요?

브레인이 단어를 저장하는 기능과 연관되어 있어 그렇습니다. 이전에 저장되었던 비슷한 의미를 함유한 선행된 대뇌피질의 유사 기억 옆에 계속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뇌피질의 저장방법은 '전압 펄스의 순서'입니다.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하는 형태인 전압 펄스가 같은 주파수여야 함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기억은 "옛 기억을 통과한다"라고 합니다.


이전에 경험하고 공부하고 체득하지 못한 기억은 되새김질할 수 도 없으며, 없던 기억이 떠오르는 신기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은 착각이자 환상일 따름입니다. 오로지 본인 스스로 체험하고 체득한 것만을 기억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출근길에 소소한 바람이 흘러가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가을의 그 어떤 날이 떠오르는 것은 책이나 비디오를 통해 학습되었든 아니면 직접 체험을 했든 기억의 저장고에 입력되었기 때문에 같이 떠오르는 연상의 언어로 작동했던 것입니다.


바람-선선함-가을로 이어지는 기억의 연상은 바로 브레인의 작동원리였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기억의 연상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동안 물질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 빈 공간, 빈 자리는 하나도 없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의 공간 같았던 이 대기의 허공조차도 그 자리에는 질소와 산소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 눈에 안보일 따름이었습니다.


산들산들 부는 바깥의 저 바람조차도 태양의 에너지를 받은 공기의 온도차로 인하여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현상입니다. 마치 빈 곳을 채우듯 몰려가는 것처럼 보이고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지각이 그렇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것은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자기가 보고 싶은데로 보는 것이라는 것은 그동안 지각과 감각에 대한 글에서 많이 논의되었던 주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생각의 근원이 그 감각과 지각에서 출발하기에 근원의 추적은 중요한 행위 중 하나가 됩니다. 그래서 각자 지각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내가 보고 느끼는 것과 타인이 보고 느끼는 것의 차이를 서로 공유해야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기는 본인이 스스로 본 것, 느낀 것이기에 최선이며 최고라고 생각하기 쉽고 그렇게 믿게 됩니다. 그러나 그건 코미디에 나오는 멘트처럼 "그런 자기 생각이고 "입니다. 혼돈과 혼동이 아니라 합리적인 생각의 합일점을 찾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이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같이 버무려 더 궁극의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인간이 모여사는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인문학도 자연과학의 바탕 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인문학에서는 자연과학의 세계를 한치도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융합과 통합을 하는 데 있어서도 순서가 있다는 것입니다. 순서가 잘못되면 사이비 과학만 난무합니다. 요즘 잘못된 건강식품 및 의학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대로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고 겉만 핥고 거기에 인문의 감정을 덧씌워 그럴듯하게만 포장을 합니다. '불편한 진실'과 '안심시키는 거짓'의 선택에서 '안심시키는 거짓'을 선택하는 확증편향에 스스로 빠져듭니다.


조금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갈지라도 진실에 관심을 갖고 다가가야겠습니다. 그래야 소소히 부는 바깥바람의 선선함을 선선함이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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