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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05. 2024

예쁜 말을 해야 하는 이유

살면서 며칠씩 되뇌게 되는 단어들이 있게 마련이다. 화두처럼 품고 있을 때도 있지만 그저 잡념 수준에서 잠시 떠오르다 사라지고를 반복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 단어가 지속적으로 떠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상념의 바다에 던진 돌의 파문이 크기 때문일 터다. 이는 사는 데 있어 방향이 되기도 하고 마중물이 되기도 하며 길을 밝히는 유도등이자 등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꽂혔던 단어가 금방 사라지고 왜 그 단어에 집착했는지조차 연기처럼 희석되어 버린다. 무엇 때문에 경고등처럼 반짝이며 등장했는지조차 희미해져 가고 또다시 다른 단어에 지배당한다. 그렇게 수많은 단어들이 반복되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거듭한다.


한 생각에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의 상태일 수 도 있고 나이 들어 기억력이 나빠진다는 핑계의 원천을 들이대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횡설수설이 본질이라고 그것이 생존의 본능이라고 들이대며 외면의 단초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순간순간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되는 순간의 미학이라고 돌려 까기도 한다. 시청각의 더듬이를 안테나처럼 세우고 있으니 세상의 온갖 현상들이 걸려든다. 모두 자기가 있는 현재 그 위치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인식이다. 80억 명 모든 인구가 다 다른 현상을 보고 있고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인간의 감각적 더듬이는 쾌락을 쫓아간다. 재미있는 것, 맛있는 것, 이왕이면 더 좋은 것, 더 편한 것, 더 예쁜 것을 찾아간다. 말초적 쾌감에 현혹되어 헤어 나오지 못한다. 눈은 휴대폰 속 숏폼 동영상에 갇혀 있고, 혀는 달콤한 빵의 탄수화물을 위해 침의 분비를 유혹한다. 감각적 쾌락의 본질이 궁극의 원천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세상의 성인군자가 드문 이유조차 간단히 설명이 가능해진다. 감각의 유혹을 이겨낸다는 것은 본능의 파괴와 지연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이겨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을 통해 감각으로부터의 독립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그래야 군집이 유지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시작은 언어학에서 출발한다. 언어가 단어를 만들고 문장을 구성해 문맥을 전하고 생각이 되고 관념이 되고 행동을 유도한다. 생각조차 혼자 되뇌는 inner talking일 뿐이다. 언어의 세련됨이 필요한 이유다. 행동은 언어를 따라갈 뿐이다.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행동도 거칠어지고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언어를 쓰게 되면 행동도 온순해진다. 물론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미는 상황에서는 거친 말을 써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한다. 상황에 맞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게 방점이다. 그 조절이 쉽지 않다. 경계를 아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대강 눈치챌 수 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도 상황에 맞는 세련된 표현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시정잡배 양아치의 언어를 쓰는 사람도 있다. 살아온 배경과 환경이 모두 대화의 언어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어떤 말, 어떤 언어를 어떻게 구사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격이자 인품을 드러낸다. 밝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밝은 언어를 많이 떠올려야 한다. 밝은 언어를 많이 떠올리면 브레인이 밝아진다. 밝은 단어가 브레인에서 많이 발현되게 되면 당연히 생각과 행동도 밝아진다. 자연의 원리는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똑같은 에너지를 쓴다. 밝음의 에너지이냐 침울의 에너지이냐는 지금 내가 떠올리고 있는 단어에 바탕을 둔다. 사랑의 단어인지, 증오와 혐오의 단어인지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밝은 단어에는 에너지가 모여 시너지를 내고 어두운 단어는 단절되고 분열되어 소멸되는 상황을 맞게 한다.


자명하다. 사랑의 언어를 구사하도록 단어를 골라야 한다. 그래야 행동도 사랑스러워진다.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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