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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29. 2024

맛있어? 냄새는 좋아?

맛과 냄새에 민감하면 살아가는데 이익일까 손해일까?


맛과 냄새를 인식하는 기저는 화학적 반응이다. 맛은 혀의 미뢰세포에 음식물 분자가 녹아야 감지되고 냄새는 코의 후각세포에 향기분자가 감지되어야 한다. 화학적 반응 수용체 개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르다. 맛과 냄새의 호불호가 주관적인 이유다.


나는 맛과 냄새에 민감한 편인 것 같으면서도 둔한 면을 같이 가지고 있다. 특히 맛에 관해서는 어떤 부분은 민감하게 감지하는데 또 어떤 면은 제대로 구분을 못하디도 한다. 실례로 한여름 날이 더워 음식물이 상하기 직전의 상태를 감지하는 데는 탁월하게 반응한다. 아마 신맛을 구분하는 수용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신 과일을 못 먹는 것도 아니다. 음식이 상하기 직전의 특유의 맛과 향을 유난히 잘 구분할 뿐이다. 꼭 음식이 상한 것은 아니지만 상하지 말라고 첨가하는 방부제도 감별사처럼 알아챈다. 다만 방부제는 1-2시간 지나야 한다. 몸이 반응한다. 방부제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


요즘은 생일 케이크에 방부제를 뿌리거나 하는 베이커리가 아예 없지만 예전에는 꽤나 있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생일 축하케이크를 나누어 먹을 경우, 가끔은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방부제 감별을 확신하는 이유는 보통 사무실에서 직원들 생일 축하 케이크를 나누어 먹는 시간이,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출출할 때쯤 인 오후 3-4시경이다. 점심식사로 먹은 음식이 배탈로 감지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다. 케이크를 한 조각 먹고 1-2시간 경과된 시점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케이크의 방부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뭐 방부제가 아닐 수 도 있다. 케이크를 먹을 때 배가 아픈 이유가 밀가루일 수 도 있고, 머랭일 수 도 있고 여러 장식 초콜릿일 수 도 있다. 하지만 모든 케이크를 먹을 때마다 배가 아픈 게 아니기에 방부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경험적 산물이다.

반면에 맛에 민감할 것 같으면서 둔한 것이 커피 맛을 구분 못한다는 것이다. 남들은 커피 전문점을 찾아다니고 꼭 유명 브랜드 커피만을 마신다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브랜드마다의 커피맛을 잘 구분 못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직업인 관계로 하루에 5-6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데도 그렇다. 이 정도면 커피맛에 이골이 날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맛의 구분을 못한다는 것은 이상하리만치 이상하기도 하다. 나에게 커피는 그저 커피일 따름이다. 습관적으로 있으면 마시고 없으면 안 마시는 그런 기호식품일 뿐이다. 특정한 맛을 감별하는 기능적 특성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없다.


냄새 또한 마찬가지다. 냄새에 대한 호불호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냄새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특정한 냄새가 아니면 대부분 선호도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냄새는 내가 맡고 싶어 맡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코로 감지될 때가 더 많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분자가 코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맛은 나의 의지에 따라 입으로 집어넣어야 감지할 수 있는 반응이지만 냄새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다. 그만큼 냄새는 본능적이다. 


당연하다. 동물의 진화과정에서 후각은 생존의 필수 도구였고 밤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작동시켜야 하는 것은 시각보다는 후각이었기에 그렇다. 이런 진화의 과정을 지나오면서 인간의 후각에 아직도 가동되고 있는 냄새 인지본능인 것이다. 코의 후각세포는 빨리 피로해진다. 익숙해진 냄새분자보다는 새로운 냄새에 감각을 세우고 있다. 아침 출근 때 뿌린 향수의 향을 본인은 하루종일 절대 인식하지 못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냄새 하나 인지하는데도 인류 역사의 진화 산물이 코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사실 맛과 냄새는 개인적 호불호일 테지만 문화적 속성이 가미된 측면이 강하다. 어떤 식생활 문화에 익숙해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고수나 홍어 삭힌 것, 청국장, 김치찌개의 맛과 냄새가 누군가에겐 정겹고 군침돌게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고개를 돌리게 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기능을 하면서도 같이 융합되어 존재를 규정하게 만드는 것이 맛과 냄새다. 음식의 맛을 규정할 때 혀의 맛과 코의 향이 같이 종합되고 눈의 멋이 가미되어야 하듯이 말이다. 외부세계의 상태를 감지하는 맛과 냄새의 관계는 이만큼 본능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외부세계를 감지하는데 민감할 필요도 있지만 나의 존재를 내보이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함을 의미한다. 악취 나는 냄새를 풍기기보다는 은은한 향기를 품은 사람으로, 가만히 있어도 아우라가 내비치는 그런 멋을 간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기에 대한 사랑이자 타인에 대한 배려다. 맛과 향과 멋은 그렇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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