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정일까? 아니면 진정 시민의 건강을 위한 걸까?

by Lohengrin

어제부터 시청역 2호선 교통카드 찍고 나오는 출구 앞에 하얀 금속판이 깔렸다. 밟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 밟으면 짜르르~~ 짜르르~~ 소리가 난다. 다른 지하철역에도 깔렸나? 갑자기 이게 왜 깔린 거지? 이게 뭐지?


아니나 다를까 오늘 아침 지하철로 출근하는 직원들 사이에 그 물체에 대한 궁금증이 카톡방에 사진과 함께 돌았다. 뭐에 쓰는 물건이냐는 궁금증이다. ㅎㅎ 사람의 호기심이라는 게 대부분 비슷비슷한가 보다.


여러 추측성 답변들이 올라온다. "비 올 때 미끄럼방지를 위한 것일 듯" "시위방지용일지도 몰라" "먼지떨이일 가능성" 등등


검색의 달인께서 재빨리 그 물건의 실체를 URL를 붙여 밝혀준다.


미세먼지 오염제거 흡입 매트란다.


매트 위에 스프링이 달린 구슬이 있어 밟으면 이 스프링이 수축되며 소리가 나는 것이고 스프링이 수축될 때 발판 밑에 있는 공기흡입 펌프가 작동하여 신발에 붙어있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이고 이 빨아들인 먼지를 헤파필터가 장착된 집진기로 모으는 방식이다. 세균 및 유해물질, 미세먼지를 차단하여 쾌적한 실내환경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로는 참신하다.


그런데 지하철역처럼 지하이긴 하지만 완전히 열린 공간에 설치하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집진기에 쌓이는 먼지의 양만큼 정화를 했다고 하면 맞는 것일까? 폐쇄된 공간에 설치했다면 효과가 있을 수 도 있겠지만 열린 공간에서는 대동강물 팔아먹는 소리일 가능성이 더 크다. 끊임없이 유입되는 미세먼지 중 집진기에 모아진 양만큼 정화됐다고 통계 숫자를 발표하면 그게 정화되었다고 해도 되냐는 소리다. 그래서 거기를 지나온 사람들은 그만큼 미세먼지를 덜 마셨다고 할 수 있을까? 미세먼지와 환경전문가가 평가할 문제 이긴 하겠지만 아마추어의 눈에는 '글쎄올시다' 다.

내가 볼 때 이런 전시용 시설물들은 부지기수로 눈에 띈다. 내가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전철역에는 전철 환승 통로에 대형 공기정화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 정화기 앞을 지나치면 송풍구에서 바람이 숭숭 나와 드라이한 머리채를 부여잡고 지나쳐야 한다. 바쁜 아침 시간에 정성스레 매만진 헤어스타일 다 망가진다.


그런데 이 전철역은 지상 위에 플랫폼이 있다. 막힌 공간이 아니라는 소리다. 지상의 공기를 다 빨아들여 온 대지의 공기를 다 정화하겠다는 건가? 그렇게 성능이 우수한 공기정화기일리 만무하다. 그랬다면 이미 노벨상을 받고도 남았을 것이다. 넓은 아량으로 봐줘서 공기정화기 주변 공기는 그나마 깨끗해질 테니 나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해 줄 수 있을까? 산소마스크 쓰듯 공기정화기 앞에 서서 심호흡하며 공기를 마시면 그나마 건강이 좋아질까? 에이 그럴 리가 ~~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전시행정을 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시설물을 설치할까? 아마 이런 시설물도 전문가들의 조언과 검증 그리고 비용 효율성들을 따져 설치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마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검증 단계의 시범적 운용일 수도 있다. 일정기간 운용해 보고 효과가 검증되면 다른 전철역이나 시설물에 설치를 늘려갈 요량일 것이다.


그런데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효과를 입증하기에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시설물들을 설치한다. 위 두 시설물 역시 마찬가지다. 사방이 막힌 사무실이라든지, 공기의 흐름을 일정량 조절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당연히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방이 열린 공간에 설치된 공기정화 시설물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그저 일전에 미세먼지 측정을 했는데 나쁘게 나와서 어떻게 개선을 해야 하기에 무엇이라도 설치해서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에 설치했을 뿐일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적인 효과가 있고 아니고는 나중의 문제이고 당장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설치하여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사례일 가능성이다. 바로 전시행정이다.


새로 설치된 공기정화시설물들이, 설치한 사람들의 의도대로 정말 잘 작동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왜? 나도 매일 그 발판을 밟고 출퇴근해야 하고 그 공기청정기 앞을 지나쳐야 하는 시민이기에 그렇다.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기 때문이다. 서울시 파이팅! 덕분에 내 폐도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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