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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혜원 Apr 14. 2020

기억하고 싶은 이름

우리에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같은  없었다. 그렇다고 원망하고 싶은  아니었는데 자꾸만 미워하게 된다.

내가 보내온 지난여름을 떠올리면 왠지  마음도 시큰해지곤 했다. 무해한 미소를 지으며 가파른 언덕 위를 가로지르던 모습은 내가 다신 가질  없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추운 달을 지나 봄이   같다는 느낌을 생경한 지는 오래였지만 여전히 마음은 복잡하다.  신경을 압박하는 생각의 무게들을 끌어안으면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끔 감게 된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만 외친다. 우리의 이름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게 며칠 밤을 애원했는지도 모른 채로 다음  아침을 기다릴 뿐이었다.  안에서 내가   있는 것들은 겨룰  있을 만큼 그렇게 거창한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속수무책 없이 흘러만 가는 날들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갈 뿐이었겠지.
아마도  거의 매일이 맨몸으로 전쟁터에 내던져진 기분이었을 거다.  모든  처음이라는 이유로 서투른 행동을 반복하기 일쑤였고 그러한 서툶에서 따라오는 선명한 회의감은 그림자처럼 나를 매일매일 따라다녔다.

잠이 오지 않아  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면  번이고 되뇌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지 말자. 모든 것을 주려고 하지 말자.
그렇게 되뇌어야만  환상을 깼을  조금  괴로울 거라고, 헤어 나오고 싶을  벗어나지 못해도  고통스러울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내셨던 , 빠르게 변화하는 목소리의 높낮이, 수십  깜빡이는 눈꺼풀의 속도마저도  겨를이 없다.  마음이 어두워진 나를 이끌고 다음 날의 온전한 나를 기약하며 잠에 드는 것밖에는.

우리는 작은 기류에도 흔들렸고 자주 무너졌다. 그럴 때면 자라나는 마음이  커지기 전에 잘라낼  있는 마음을 얻고 싶었다.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한 초조함보다, 그것을 얻어내기 위한 앞선 기다림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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