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엘테 대학교에 영어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설레었던가!
해외 박사는 내 오랜 꿈이었다.
예술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명망 높은 대학에서 예술학 관련 인문학 박사학위를 받는 것.
죽기 전에 꼭 해내고 싶은 내 꿈.
지원만 하면, 헝가리 정부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당연히 박사학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핑크빛 환상에 젖어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 받은 미술사 석사학위가 있고, 오랜 대학 강의 경력과 전시 경력만 있었기에 오만했었다.
당연히 잘 될 줄 알았다.
허. 허. 허.
연구계획서에서아이엘츠 시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원서류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업로드했다.
그런데 한 가지 서류를 준비하지 못했다.
박사 학위 지원 서류 중에, '박사지도 교수의 입학 허가서' 항목이 도무지 해결되지 않았다.
엘테 대학교 홈페이지를 뒤지고 구글을 뒤져서, 미술사학 관련 교수들에게 연구계획서와 이력서를 첨부해 간곡하게 많은 이메일을 보냈다.
뭐.... 결혼 프러포즈하는 것처럼,
'내 박사 지도교수가 되어 주실 수 있나요?'
역시나,
단 한 명도 답장이 없었다. 그렇게 지원조차 하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다.
실망감과 좌절감에 절어, 남편과 마주 앉아 해결책을 강구했다.
결론은 석사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석사학위는 지도 교수 입학 허가서가 필요 없었다.
'휴... 석사를 또 해? 흠.... 20대 중반 친구들이랑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괜찮을까? 할 수 있을까?
나이 많다고 놀림이나 당하지 않을까 몰라..'
이런저런생각을 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래, 2년이야. 석사과정 2년이니까 후딱 해버리고 박사 지원하자!'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2020년 헝가리 정부초청 국가 장학생 지원 제도를 통해서 엘테 대학교 예술 이론 석사 과정에 지원하고 2021년 가을학기에 나의 두 번째 석사과정이 시작됐다. 무사히 2년 과정을 마치고, 2023년 여름 졸업했다. 그리고 석사과정 중 박사 학위 지도 교수를 만났다.
지난 1년 동안 박사 지도 교수님과 박사 연구 주제를 논의하고 논의한 끝에 다시 헝가리 정부초청 장학생 제도를 통해 박사를 지원할수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모든 것이 쉬웠다.
석사 지도교수의 엄청난 추천서. '우리 학교에서 이 학생 박사로 안 받으면 손해야'라는 추천서과 더불어 박사 지도교수의 '입학 허가서'는 물론이고... 박사 지도교수님이 혹여나 장학금 못 받을 까봐 대학원 학장님에게 까지 입학 허가 서명을 받아주었다.
감동에 감동....
엉엉....
너무 감사한 분들이다. 진짜 생판 남인 나를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다니. 정말 너무나 감사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겠다고 말하자, 박사지도 교수와 석사지도 교수가 같은 말을 한다.
'고마워할 것이 뭐가 있어. 다 네가 성실히 공부한 덕분인걸.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동료가 될 사람을 도와준 것뿐이야. 그러니까 자꾸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마. 우리 이제 함께 연구할 동료, 함께 일할 동료니까.'
그렇게 박사지원은 너무나 쉽게 진행되었다.
형식상 박사 입학시험을 치르기는 했지만 이미 박사지도교수의 '입학 허가서'를 받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