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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a Seed May 17. 2022

결혼 십 년차, 독립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내 나이 마흔넷:부다페스트 유학 생존기

"아, 맛있는 냄새~! 벌써 아침 준비 다 한 거야? 와~ 맛있겠다. 왜 자기가 베이컨을 구우면 달콤한 냄새가 나지?"


일요일 아침, 샤워를 하고 나오니 J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계란 세 알에 적당량의 우유, 소금, 후추 넣고 풀어 상온에 잠시 두었다가 약한 불에 뭉근하게 익히는 J표 스크램블 에그, 바삭하기 직전까지 굽은 베이컨, NOR/MA 베이커리에서 어제 산 맛있는 호밀 빵을 굽는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한다. 분주하지만 조금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요리하는 J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후각과 시각이 나에게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말해주는 순간 돌아오는 J의 답변.


"그럴 리가 없는데. 베이컨 지방이 기름이랑 만나면 고소한 냄새가 나지 달콤한 향이 날 리가 없는데.'


"......"


그렇지, J는 그렇지. 십 년을 같이 살아도 왜 매번 새삼스러울까? J는 정녕 비유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이제 내가 이쯤 해서 담백하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걸까? 하트가 뿅뿅 발사되던 눈이 차가운 네모로 바뀌고, 네스프레소 머쉰 앞에서 조금 차갑게 J에게 물었다.


" 뭐 마실 거야? 도쿄? 스톡홀름? 어떤 거 마실래?"

" 음, 나는 도쿄 스페셜로 내려줘."


내가 삐친 것은 일도 눈치채지 못한, 아니 이 문맥에서 인간이라면 삐칠 것이 전혀 없다는 태도로 J가 말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나의 감정을 상대방이 꼭 동일하게 느낄 필요는 없다. 내 감정이 행복하면 행복한 것으로 끝나면 그만인데 우리는 항상 기대를 한다. 그대도 나와 같기를, 같은 취향이기를, 같은 생각이기를, 같은 마음이기를. 대부분의 싸움이나 삐침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다름을 인정하기 않고 나랑 똑같은 마음이기를 바라는 자세에서.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친구사이에서도, 부부 사이에서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으면 이상한 취향을 가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곤 한다. 그래서 억지로 상대의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탄로가 나고 울고불고 싸우고 한바탕 난리부르스가 난다. 이렇게 삐침과 싸움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래, 심플하게 생각하자.   

당신과 나. 둘이 만났으니 몸도 두 개 마음도 두 개.

아마도 모든 인간관계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그럼 좀 더 건강한 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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